




Sketch
서울의 동쪽 끝, 명일동에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을 만났다. 1980년대 인구가 급증하며 서울 구석구석이 비슷비슷한 건물들로 채워지던 시절에 지어졌던 건물이다. 외장은 당시 유행하던 갈색과 보라색의 중간 색상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마치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하듯 그 타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건물 몸체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Elevation

Elevation
그 건물은 동네로 들어가는 초입에 서 있는데, 마치 석양을 받으며 조용히 바스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보러 간 날 맞은편에서 그런 광경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낡고 어두운 건물을 되살리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마치 긴 여행 끝에 목적지에 다다라, 마을의 입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는 행위에는 일단 마을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마을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 큰 그늘아래서 오랜 시간 동안 대를 이어 편안하게 쉬게 한다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나무에 신령스러운 의미를 붙이며 동네를 지켜주는 수호령으로 삼는다. 대부분 느티나무, 회화나무 혹은 팽나무 등으로 나무의 나이는 몇 백 년은 거뜬히 넘은 고목들이다.




요즘은 특히 도시에서는 그런 큰 나무를 보기 어렵다. 그런 상징이 사라지는 것은 도시화가 심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현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가 확장되며, 그런 오래된 상징은 마치 퇴직한 가장처럼 추레하고 낡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상징이 됐다.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의 석양 속에서 건물을 바라보다 보니, 나무를 한 그루 저 모퉁이에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지의 여건이 그런 큰 나무를 심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나무를 건물에 새기기로 했다.








Plan_1F~RF
낡은 외관을 새로운 외장재로 덮어 새롭게 덮는 것은 쉬운 방법이다. 그것보다는 몇 십 년의 풍상을 겪은 건물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며 건물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았다. 그리고 떨어져 나가는 타일은 더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이미 떨어져 남겨진 자국은 조금 정리하여 새로 새겨지는 나무의 무늬와 어울리는 구름 모양으로 다듬었다. 마을의 입구를 상징하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얹고 있는 구름, 그리고 건물이 겪은 시간이 이 건물의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외피가 되어 건물은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