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 동물병원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동물의 외상이나 질환에 대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희망하는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오아시스 동물병원은 이와 같은 고객들을 위한 정형외과·신경외과 전문 동물병원이다. 이곳에서는 ‘기능을 되살리고, 생명을 살리며, 동물과 인간의 건강한 공존에 기여한다’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중증 환자의 집중치료와 재활치료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이루어진다.
관절, 척추, 골절 등 중증외상 및 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병원이기에 클라이언트는 이곳이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를 원했다. 애견카페인지 애견숍인지 구분이 모호한 성격의 병원이 아닌, 기능과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전문성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확실한 공간이고자 했다. 병원에 들어서면 연구실 혹은 실험실과 같은 톤앤매너가 시선을 압도한다. 여타 상업 공간 못지않은 세련미를 자랑하지만, 디자이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 앞서 시스템의 해결책으로 설계의 초석을 다졌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Less is More”,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의 “Form Follows Function.” 등의 건축적 명언들을 오아시스 동물병원의 공간 콘셉트로 떠올렸다. 간결함 속에 더욱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기능과 시스템을 위한 조형적 완성미를 구축한 것이다.
먼저, 이곳의 형태와 마감재는 모두 고객들의 반려동물, 즉 환자의 성향과 행동양식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다. 콘크리트 강화를 통한 바닥은 유지 관리와 청결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이며 코너의 라운딩은 소변을 보는 강아지의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간의 구성은 대형견과 소형견, 고양이 각자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대형견 입원실의 경우, 움직임이 크고 짖는 소리가 큰 환자를 고려하여 전실을 두고 2중 실로 구성하였으며 배설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물 시스템을 적용하였다. 평면 작업 역시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렇듯 디자이너는 각 기능별 실의 크기와 위치를 오로지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데 집중하였다.
또한, 보호자에게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기 위해 전문성이 느껴지는 톤을 조성하고 모든 치료과정이 노출되도록 하였다. 보호자는 진료, 처치, 입원, 수술, 재활치료, 연구 등 이곳에서 행해지는 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 공간 안에서 실별로 다르게 구성된 매스는 리드미컬한 볼륨감을 형성해준다. 이로써 심플한 방식으로 비우고 또 채웠던 오아시스 동물병원은 동일한 마감재 속에서도 공간의 풍성함과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