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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억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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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억새 사이

  • 위치

    경상 합천군, 둔내리
  • 용도

    문화 시설
  • 외부마감재

    노출콘크리트, 내후성강판, 로이복층유리
  • 내부마감재

    노출콘크리트
  • 구조

    철근콘크리트
  • 대지면적

    28,707㎡
  • 완공연도

    2019
  • 건축면적

    445.02㎡
  • 연면적

    445.02㎡
  • 디자이너

    임영환, 김선현
  • 건폐율

    2.24%
  • 용적률

    2.24%




Elevation


Elevation


철쭉과 억새 사이

'철쭉과 억새 사이'는 황매산군립공원의 관광휴게소다. 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밭이 펼쳐지는 해발 850m 등산로 길목의 대문 역할을 한다. 대지는 황매평전과 작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계곡이 자연스럽게 인간과 자연의 세계를 분리해 놓은 듯 보인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은 정확하게 반원의 형태다. 계곡을 등지고, 산을 배경으로 건물이 서 있지만 그 높이가 낮아 황매평전의 산세를 거스르지 않는다. 또한 햇빛을 피할 곳조차 마땅치 않은 고도의 평야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그늘과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반원 모양으로 펼쳐진 건물은 군데군데 이가 빠진 것처럼 공간이 비어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동선이 건물로 막히지 않고 어디로든 연결되고, 봄에는 철쭉이, 가을에는 억새가 사이사이 틈새마다 들어온다. '철쭉과 억새 사이'는 건물의 틈으로 철쭉과 억새가 언뜻언뜻 보이는 모습을 상상해 지은 이름이지만, 한편으로는 철쭉 보러 봄나들이 갈까, 억새 보러 가을여행 갈까 고민하는 우리의 마음을 은유하기도 한다.







Site Plan


황매평전

소백산맥의 고봉인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에 위치한 해발 1,113m 높이의 산이다. 정확하게는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합천호의 물속에 비친 모습이 호수에 떠 있는 매화와 비슷하다고 해서 '수중매'라고도 불린다. 황매산 정상 부근의 700미터부터 900미터의 지대는 평평한 둔덕 위에 뭉툭한 봉우리를 얹어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생긴 모양이 이렇다 보니 한동안 목장으로 사용되었고, 젖소를 풀어 기르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수목마저 거의 사라졌다. 일대가 민둥산이 되어버렸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키 큰 나무 하나 없는 산 위 평야에 억새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철쭉과 억새가 산 전체를 뒤덮는 장관을 만들어내었다.





Section


젓소목장의 변화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은 "자연에는 자연의 기록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 황매평전에는 자연과 인간의 기록이 뒤섞여있다. 목장이 운영되는 동안 황폐해진 산의 식생은 자연의 복원력에 의해 재생되었지만 우리는 이러한 황매평전의 기록에 인간의 때를 한 번 더 묻혀야 했다.

처음 황매산에 올랐을 때는 가을이었다. 억새군락이 산 전체를 덮고 있었고,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빛을 뒤로 받은 억새밭이 작은 바람에도 마치 은빛 비늘처럼 일렁였다. 억새를 보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였다. "자연의 기록에 사람의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 건축 방식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재료의 감각

건물은 콘크리트 뼈대에 철과 유리만 입힌 상태로 완성됐다. 감싼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입혔기 때문에, 콘크리트 구조가 철판과 유리 사이에서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위아래로 살짝 맞댄 철판 사이로 지붕 슬래브의 콘크리트 면이 보이고, 중간에 박힌 기둥과, 그곳에서 이어지는 콘크리트 바닥 구조는 등산객을 위한 벤치 역할을 한다.

사계절이 변화함에 따라 콘크리트와 철은 점점 자연과 동화되면서 색이 바뀌고, 비바람에 녹슬고 얼룩진다. 외장재로 사용된 내후성강(코르텐강)판은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부식되는 재료다. 처음 설치될 때는 단색의 검정이지만 표면이 부식되기 시작하면서 밝은 오렌지색으로 변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거치면서 붉은 색깔이 조금씩 강해지다가 결국에는 검붉은 암적색으로 정착한다. 편의상 단순한 색깔로 설명했지만 실제 보이는 것은 더욱 변화무쌍하다. 비바람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같은 면이라도 부식의 속도가 다르고,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과 아닌 곳의 색감이 다르다. 흐린 날과 맑은 날이 달라 보이고, 해와 달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이른 새벽, 이슬이 맺힌 강판은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지만 해질 무렵 노을 빛을 받으면 주변까지 함께 붉게 물들이면서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점에서 내후성강판은 황매산의 다채로운 날씨와 계절을 표현하는 데 제격인 재료라 생각했다. 봄의 철쭉과는 비슷해서 보기 좋고, 여름의 청록색과는 보색으로 조화롭다. 가을의 누런 억새밭은 거칠고 강한 철판의 물성을 순화시키고, 겨울철 건물은 눈 덮인 새 하얀 세상의 한 점 아이콘이 된다.

황매산은 비교적 바위가 많은 산이다. 그래서 등산로 바닥에는 흙과 함께 조각난 돌이 많았다. 나는 건물 바닥에 철판을 얇게 접어 주차장과 경계를 만든 다음 안쪽에 회색 조약돌을 깔았다. 걷기에는 다소 불편하지만, 발바닥의 느낌과 소리가 산행을 할 때 느껴지는 감각과 유사하다. 건축재료가 가진 물성이 가장 돋보일 때는 눈으로 보는 시감각이 아니라 손과 발로 느끼는 촉감과 귀로 기억하는 청각을 통해 인지될 때이다. 페터 춤토르의 '발스 온천'은 나의 이러한 사고에 확신을 주었다. 맨발과 맨손으로 느꼈던 편마암 바닥과 벽의 까끌까끌한 촉감이 그 곳의 기억을 내 몸에 각인시켰다. 좁고 높은 공간에서 증폭된 온천탕의 물 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황매산의 절경 또한 이곳에서 느끼는 발의 감촉과 작은 돌이 부딪치며 냈던 소리와 함께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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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가는 길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간 후, 렌트카를 빌려 다시 2시간 가까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황매산은 이젠 내가 가장 많이 올라가본 산이 됐다.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가을, 현장으로 가는 나의 머리 속에는 항상 은빛 억새밭이 펼쳐졌다. 현장방문에 하루를 온전하게 사용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오랜만에 헤드셋까지 가방에 챙겨가는 내 모습을 보면 소풍을 가는 건지 현장감리를 하러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출사 명소로도 유명한 억새군락지는 우리 땅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황매평전의 억새군락을 볼 때면 이상하게 스웨덴 스톡홀롬 교외에 있는 우드랜드 묘지공원의 인공 언덕이 떠오른다. 시구르드 레버렌츠가 설계한 '명상의 숲' 벤치에 앉아서 내려다본 주변의 전경이 황매산 억새밭 속에서 내려다본 황매평전과 중첩되어 보인다. 지형이 비슷해서 생긴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고,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인공 언덕의 지형이 황매평전에 개입한 인간의 흔적과 겹쳐 보였을 수도 있다. 문득 세월의 힘으로 많은 것을 되돌려놓은 자연의 섭리가 무지한 건축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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