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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엘리스테이 _ 물과 빛, 콘크리트가 직조하는 내부화된 풍경

'보령 엘리스테이'는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 무창포해수욕장 인근, 농경지로 둘러싸인 평범한 농촌 지역에 위치한다. 건축 전면은 높이 10m의 급격한 경사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압도적 규모의 수평적 매스를 형성하고 있다. 경사면 위에 구축된 거대 캔틸레버 구조는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도 건축이 수평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건축은 대지에 종속된 객체가 아닌, 자연에 내재된 잠재성을 해석하는 능동적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Site Plan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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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대지에는 인공 수변이 조성된다. 이곳에 담긴 물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를 넘어, 독자적 풍경과 다양한 행위를 매개한다. 수변은 건축이 둘러싸고 있는 ‘비움’의 공간이다. 물은 그 비움을 채우는 물리적, 상징적인 매개체로서 신성함과 유희가 교차하는 다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곳에 서면, 브루탈리즘 콘크리트 구조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콘크리트는 거칠고 솔직하게, ‘발견한 그대로(as found)’의 재료 감각을 보여준다. 수변가옥과 육중한 상부 콘크리트 매스들은 중첩된 도시 풍경을 만든다. 빛과 그림자가 콘크리트 표면과 수변 공간 사이를 오가고, 수면에 비친 하늘과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내부화된 풍경(paysage intérieur)’을 완성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수평 관통된 두터운 필로티를 지나서 깊게 패인 중정(광장)으로 이어진다. 중정은 숙박객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이루어지는 중심 공간이다. 숙박객들의 도착과 출발, 건축의 안과 밖, 시간과 행위가 어우러지는 ‘밀리우(milieu)’로 기능한다. 육중한 콘크리트 벽과 바닥, 그 표면을 파고드는 빛과 그림자, 투명한 수면과 유리가 겹겹이 중첩되어 사용자의 감각을 다층적으로 자극한다. 중정에서 연출된 서로 다른 동선과 공간은 섬유조직처럼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집합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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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리셉션 홀과 객실 동선이 분기되는 지점에는 '도크(dock)'가 자리한다. 이 공간은 물의 공간으로 흡수되는 관문이다. 빛과 물, 시간의 흐름이 사람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는 ‘빛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2층 라운지는 리조트 전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중심 공간이다.

1층 리셉션 홀과 연결된 폭 3.5미터 계단, 3층 인피니티 풀을 외부 계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3층에는 세 방향으로 돌출된 캔틸레버가 있다. 각 숙박동과 라운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 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서해를 향해 돌출된 캔틸레버 수영장은 낙조를 담아내고, 남측 캔틸레버 매스는 하부 인공 수변 위에 표류하면서, 건축을 에워싼 농경지로 시야를 확장한다.

'엘리스테이 보령'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대지와 환경, 건축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행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공간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건축이다. 각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기적이고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