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산 능선을 풍경으로 품은 가파른 언덕, 긴 시간 동안 축적되어 선명하고 명백하게 실재하는 대지는 다채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할 장소였다. 대지의 첫인상은 장소에서 공존했던 시간을 증명하듯, 자신이 간직해온 생생한 자연의 원초적인 언어였다. 이 원초적인 장소의 분위기는 매 순간 다른 모습으로 발현하며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에 적응된 우리에게 수동적인 감각을 일깨워 상상력을 발현하기에 충분했다.
이 공간의 이름인 '오오르트'는 가장자리와 장소를 의미하는 동음이의어를 합성하여 만든 언어로, 어딘가의 가장자리에 있는 조화롭고 영원한 장소를 의미한다. 이는 건축주 가족이 건축을 준비하면서 기대하던 마음을 담아 지어진 이름으로 그들이 앞으로 영위해 나갈 그들의 삶을 나타내기도 한다.
건축은 크게 건축주 부부의 메인 주거공간과 손님들이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 공간이 별채로 구성되어 있다. 대지가 유구하게 품어온 형상을 존중하여 주거공간과 별채 공간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각자 온전히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경사진 지형의 원형에 순응하여 수직적으로 위계를 두어 세심하게 배치했다. 주거공간과 별채 공간의 중심에 배치된 정원은 이 공간에 들어서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는 공간이자, 주거공간과 별채공간의 생활 영역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면서도 연결하는 여백의 공간이자, 각 공간을 자연으로 확장시켜주는 완충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공간이 계절마다 다른 색채와 향기, 그리고 소리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리듬을 매 순간 새로운 감각적 형태로 향유되기를 바랐다.
건축의 첫인상은 지형의 레벨차로 인해 거대한 매스 감의 콘크리트 옹벽이 맞이한다. 이 거대하고 단단한 물성은 외부와 고요하고 조화로운 영원의 장소 경계자 시작점이 된다. 우리는 이 거대하고 단단한 물성을 건축의 외관으로 이어가면서도 수직적인 동선으로 이끌어 풍경과 콘크리트 건축이 교차하는 시퀀스를 통해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또한, 콘크리트에 나무무늬를 찍어내고 붉은 코르텐강을 사용하여 자연의 색과 맞물려 시간이 흐를수록 대지에 동화됨으로 건축의 존재가 지워져 가며 자연과 감각적으로 연결해주는 매개로서 역할을 하도록 의도했다.
실내공간에서도 이 장소가 가진 본질적 자연의 존재를 깊이 느낄 수 있도록 자연의 결을 닮은 물성과 색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시간(계절과 밤과 낮)에 따라 변화하는 질감과 시각적 온도가 자연스럽게 새겨짐으로 자연의 흐름에 동화되는 공감각적 경험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의 새겨짐을 위해 비워진 여백의 위로 건축주 가족의 시간과 분위기가 함께 새겨지기를 바랐다.
천천히 변주하며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빛을 머금은 공간의 자연 감각을 따라가게 하며 우리의 심상과 기억을 엮어낸다. 누군가에게는 이 공간이 아름다운 풍경을 새긴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도시의 시간과 멀어진 가장자리 어딘가, 또 누군가에게는 조화롭고 영원한 삶이 될 수도 있겠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닌 자연의 감각들이 스미는 경험을 통해 감정을 일깨우고 기억의 여운을 남기는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