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카페 이리 정미소의 시작

이리 정미소 카페는 예산군 이리에 자리한 정미소를 개조하며 탄생했다. 이 정미소는 1995년부터 약 30년간 지역 농민들의 도정 공장으로 사용되었다. 건축주는 대전에서 바리스타 후배를 양성하는 일을 하다가, 고향인 예산군 이리로 돌아왔다. 고향에 멈춰버린 정미소를 보며 자신의 정체된 삶과 비슷하다고 느낀 건축주는 버려진 정미소에 새로움을 더해 카페로 변신시키려 결심했다.

Diagram

없어질 것과 새로 만들 것에 대한 고민

기존 이리 정미소는 본체, 창고, 별채 총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메인 기계가 있는 본체를 유지하고 나머지 건물은 해체하기로 했다. 본체는 정미소 기계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베이킹실을, 오른쪽에는 사무실과 화장실을 증축했다. 본체의 형태와 구조를 유지하면서 남쪽 마당에는 큰 창을 두어 밖을 조망하도록 했다. 이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정미소 기계와 어우러져 공간에 따뜻함을 주고, 깊은 수직 루버 사이로 빛이 굴절되어 들어오게 했다. 외부에 설치된 수직 루버는 투박한 이리 정미소에 세련된 이미지를 더해준다.

Before_ 스캔하는 모습

Before_스캔하는 모습

본체의 정미소 기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CTB 업체와 협업하여 3D 스캐너로 정미소 기계를 스캔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기계를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올라가 경험할 수 있게 디자인을 시도했다. 그러나 안전사고를 우려한 건축주의 부탁으로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Before_정미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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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미소 기계는 실내 오브제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를 하나의 멋진 퍼포먼스 장면으로 만들고자 했다. 거대한 정미소 기계 앞에 커피를 추출하는 곡선 바를 디자인하여 커피 추출 모습과 오래된 기계가 어우러져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또한, 본체 외에 산재된 정미소 기계들은 마당의 드라이 조경 오브제로 활용했다. 마치 버려진 오래된 기계들이 예술적으로 표현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여러 시도를 통해 공간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