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사진
시공사
울산 해안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판상절리의 모습이 마치 ‘판자처럼 깔렸다’하여 이름 지어진 판지 마을이 있다. 판지마을에는 널빤지 바위가 널브러져 있어 바다의 여신이 ‘후’하고 세게 입김을 불었더니, 깊고 동그란 구멍이 뚫렸고 바다의 여신이 그곳에 물신을 띄었다는 전설을 가진 작은 항이 있다. 판지 마을의 장소성과 바다의 여신 전설을 반영하여 브랜드와 공간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판상절리와 파도의 중첩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건축의 질감은 빛의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 낸다. 바다를 공간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 계획된 수 공간은 건축이 바다에 부유하는 것 같은 시각적 효과를 내며, 건축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금빛 파도를 연상하게 하는 입구의 긴 카운터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극장식 좌석은 공간을 찾는 모든 이용객이 바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이다. 바다가 보이는 여유로운 공간에서 연극적 장소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향유하는 비일상적인 즐거움을 위한 공간이다. 검고 작은 조각들로 만들어진 오브제는 화산의 파편, 검은 바다와 암석 위를 일렁이는 별빛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
이 공간을 설계하며 Paul Bonnat의 Promontoire rocheux dans la mer(바닷가의 암석이 있는 곶)라는 흑연 소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고 공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종종 꺼내보았다. 이 작품을 보면서 이 장소를 닮고, 빛나게 하는 바다와 암석의 공간을 꿈꿨다. 설계자의 손을 떠나 건축주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다듬어져 가고 있는 ‘라메르판지 La Mer PANJI’가 시간이 흘러 여전히, 그리고 더 깊이 이 장소를 닮고, 아름답게 빛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