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번잡하고 산만한 도시를 여과하는 긴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깊고 고요한 마을 끝에 다다른다. 바쁘고 버거운 도시의 템포가 잊히는 장소다. 예술과 자연을 아낌없이 찬미하는 건축주에게 느리고 안녕한 시간의 흐름을 되찾아줄 서정의 공간 ‘빌라렌토’를 이곳에 구축했다. 

건축주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근교에 자연과 여가를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자,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휴양 공간을 원했다. 고민 끝에 산머리에 숲을 등지고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약 20년 정도 된 주택을 사들였다. 건물을 올려다보며 진입하는 방식과 기존 건물의 형태와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반영해 유럽의 한적한 마을 어딘가 있는 듯한 작은 저택을 상상하며 건물을 다듬어 갔다. 요란했던 형태를 단순하게 다듬고, 시간의 깊이가 더해질 질감과 색감을 입히며 자연의 빛깔을 투영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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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층으로 나뉜 공간은 함께 여가를 나눌 수 있는 층과 사적인 휴식을 음미할 수 있는 층으로 나눴다. 1층 여가 공간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며, 음악을 듣고, 수영과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창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도록 낮고 단순한 형태를 보이되, 독특한 요소들을 배치해 건축주의 취향을 반영했다.

빈티지 스피커와 LP를 수집하는 건축주의 음악실은 기존 거실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빈티지 스피커에서 영감을 받아 촌스럽지만, 독특한 천장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했고, 붉은 목재를 사용해 어수룩하고 투박한 분위기에서 섬세한 음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층 휴식 공간은 복도를 중심으로 4개의 침실과 자쿠지, 핀란드식 사우나를 포함한 공용욕실 2개가 있다. 각 공간은 창과 독립된 작은 베란다를 배치해 자연을 조망하며 사적인 휴식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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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는 소년과 같은 마음으로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질문했다. 매 순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그의 총기는 지독하게 소란스럽고, 산만한 우리를 반성하게 했다. 단순히 여가와 휴식을 사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들에게 안녕한 시간의 흐름을 되찾아줄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이 공간에 ‘빌라렌토 Villa Lento’라는 이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