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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라는 집, 학생이라는 거주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젊은 공간인 동시에, 가장 변하지 않는 공간 질서를 가진 곳이 학교다.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양성하는 공간이 가장 구시대 질서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또한, 학교가 선생, 학생, 학부모 모두 변한 이 시대의 동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교무실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그 견고한 관성의 틀이 어디까지 유효하고, 어디서부터 무의미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Section
첫번째로 의심해본 고정관념은 5인 조합의 ‘대향형’ 책상 배치다. 같은 면적 안에 가장 많은 책상을 넣으면서 마지막 측면에 상석처럼 부서장석을 배치하기도 좋아 많은 사무공간 선택하는 배치 유형이다. 그러나 학교 교무실은 위계를 강조할 필요가 없고, 선생님의 개별적인 연구와 학생 상담이 수시로 가능해야 하기에, 대향형 배치가 효과적이지 않다. 양적 기능에 치우친 자리배치는 학생이 선생을 찾아 교무실을 방문했을 때, 책상의 위계를 가늠하며 기웃거리다가 선생님의 뒤통수를 향해 조심스레 인기척을 전하는 어색하고 불편한 방문 과정을 초래한다.
Before
After
불편한 과정을 만드는 위계질서를 없애고, 선생님 모두 개별적인 연구와 휴식이 가능하면서도 학생상담이 편리한 수평적인 책상배치를 고안했다. 모든 선생님은 하나의 원을 가지는데, 사이 공간은 수납과 공용 집기, 화분들로 채웠다. 창문 하부 턱을 연장해 하부는 인접한 원 안의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공용 서랍장과 수납공간이 되고 상판은 물건을 진열하거나 2~3명이 함께 쓰는 집기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선반이 됐다.
교감 선생님 같은 시니어 선생님은 독립된 원과 뿌연 파티션을 제공해 프라이버시를 지켰다. 자주 협력하는 선생님들은 원의 일부가 중첩되도록 하여, 교집합 영역에서 두 개의 책상이 모서리나 면으로 접하게 했다. 맞닿아 있는 선생님은 모니터나 낮은 책장 너머로 최소한의 대화와 협업을 할 수 있다.
Diagram_책상 디자인 구조
Diagram_책상 활용, 학생 상담 구조
이 책상배치의 장점은 모든 교사가 상담실로 이동하지 않아도 책상에서 간단한 상담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과 비스듬히 앉아 대화가 가능한 이 책상은 조달청 제품으로 구현할 수 없어 모두 새롭게 디자인했다. 선생님의 모니터가 보이게 나란히 앉지도, 사무적으로 마주 앉지도 않으니 훨씬 자연스럽게 대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심층 상담은 교무실 한켠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서 배려했다.
Diagram_개별 원형 공간 조합 및 배치
40cm의 발견
기존 교무실 천정은 일반적인 사무공간과 같이 텍스로 마감되어 있다. 텍스 안쪽 천정 공간에는 각종 설비의 배관, 배선이 있다. 최근에는 그러한 배관을 그대로 노출하여 높은 천정고를 만들면서 노출된 배관, 배선을 장식 일부처럼 보이도록 활용하기도 하지만, 천정의 지저분한 배관, 배선의 노출이 꺼려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높은 천정고를 만들면서 기존과 신설 배관, 배선을 모두 감추고자 했고, 동시에 새로운 천정면 전체가 하나의 간접 조명 장치가 되기를 바랐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목표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천정이 평평할 이유가 없고, 지금의 천정이 낮고 평평한 이유는 보의 하단 높이에 천정 마감이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깨달음이었다. 보와 보 사이 천정의 여유공간 40cm 내에서 천정면은 자유롭게 형성될 수 있고, 천정 높이가 낮게 조성되는 영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면서 좁아진 최소한의 천정 공간에 각종 배관, 배선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ection_Ceiling 변경 전/후 천장 공간 활용
Section_Ceiling 변경 전/후 조명 계획
우리가 고안한 형상은 아치였다. 아치의 낮은 지점은 보가 있는 곳이 되고, 아치의 가장 높은 지점은 보에서 가장 먼 곳이 되었다. 천정이 낮은 지점인 보의 양쪽 측면에 간접 광원을 설치했고, 아치볼트면 전체는 자연스레 간접 조명의 반사면이 되었다. 이 장치를 통해 형광등을 일정하게 배치하지 않고도 실내 전체에 균질한 조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세 면이 창인 윤중중 교무실은 자연스러운 전체 천정면 간접 조명으로 마치 외부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