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경포호 근처의 한식당 의뢰를 받았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건축주는 새로운 분위기의 식당을 구상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직접 그린 계획안을 보내왔다. 주방 구성, 서빙동선 등, 그간의 식당 운영 경험이 잘 반영되어 있었다. 홀 뒤편에 제안하는 후정은 도심 속 식당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읽혔다. 하지만 정작 중심이 되는 홀은 일반적인 임대상가 속 공간처럼 보여 아쉬웠다. 새로 구상하는 공간에 대한 유연한 상상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 식당의 시스템은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고, 우리는 음식과 공간의 경함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건축주와의 대화는 구체적인 공간의 모습보다 음식의 종류나 식당의 분위기 등에 집중됐다. 새로 구상하는 음식, 영화 속 장면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건축주는 원하는 분위기를 전달했다. 우리는 이를 온전히 담아낼 방법을 고민했다.





식사의 배경
다채로운 색상의 한식을 한데 담아내는 하얀 그릇처럼, 건축공간이 식사를 담아내는 배경이 되어야 한다 생각했다. 음식을 돋보이게 하려 스스로는 담담하게 남는 하얀 그릇처럼, 건축공간도 스스로를 너무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그릇이 음식의 배경이 되고, 공간이 식사의 배경이 된다. ‘배경으로서의 건축’으로 공간의 성격을 정했다. 그 후에는 다시금 건축주의 초기 제안이었던 후정에 생각이 미쳤다.




대지 주변은 경포호와 해변 등 식사후 거닐 곳이 많다. 그렇다면 식당의 정원은 식사 후 보다는 식사 중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주가 권했던 다큐멘터리 ‘두 레스토랑 이야기’ 속 식당의 한쪽 벽엔 커다란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이 홀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여기서는 정원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필요한 홀을 얇고 긴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눴다. 그리고 세 공간 사이에 두 개의 정원이 자리잡는다. 창, 기둥, 벽, 재료 등 나머지 계획은 이 정원을 온전히 담아내는 데에 집중되었다. 외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색의 외단열마감재는 각 정원의 조경요소와 그 속의 활동을 담는 담담한 배경이 된다. 낮에는 푸른 나무들을 돋보이게 하고, 밤에는 그림자를 받아낸다.




입체적인 정원과 회화적인 정원
식사의 배경이 되는 조경요소들은 건물의 외부에서는 다소 다르게 인지된다. 바깥에서 바라본 건물의 정면에는 창이 없기 때문에 방문객은 각기 다른 크기의 세 개의 하얀 덩어리를 먼저 마주한다. 그 사이로 보이는 정원으로 방문객은 바로 들어설 수 없다. 정원들은 건축의 사이공간을 채워주는 부속요소처럼 느껴진다. 한켠에 만들어진 긴 입구를 거쳐 내부에 들어선 후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 후에야 비로소 정원의 역할을 느낄 수 있다. 자리에 앉으면 건너편의 흰 매스를 배경으로 정원을 바라보게 된다. 건축물 외부에서 봤던 흰 매스와 조경요소들이 하나의 화폭에 겹쳐지며 한폭의 회화처럼, 식사의 배경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