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어느날 풍산으로부터 회장님이 나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다음 날 회장면담에서 나온 이야기는 풍산에서 육군부사관학교에 도서관을 기부하고 싶은데, 프로젝트를 맡아 달라는 제안이었다. 기부금을 제공할 경우, 건물이 제대로 완성되어지지 못하는 현실적 우려에서, 설계와 시공을 직접 관리해서 완성된 건축물을 기부하고 싶다는 의견이셨다. 부사관학교에 첫 방문을 했을 때, 이전까지 군인에 대한 경직된 인상이 사라졌다. 온화하고 지적인 학교장님의 환대는 계획안을 진행하는데 힘을 주었다. 도서관에 대한 학교측 요구사항은 8만 부사관들이 거쳐가는 군사교육시설로서, 정서함양을 할 수 있는 도서관 기능과 문화복합시설이 되길 바랐다. 그중 중요한 프로그램으로는 ‘시네 라이브러리’의 기능을 갖추는 것이었다. 시네라이브러리 프로그램과 함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대지는 학교정문 옆 나무들이 우거진 지역으로 반층정도의 레벨차이가 있는 흥미있는 조건이었다.

 

 

 

 

미켈란젤로는 “도서관은 무지의 어두움으로부터 지혜의 밝음을 이루는 곳”이라 정의하며, 메디치가문을 위한 도서관을 구상하였다 한다. 이 주제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었다. 또한, 반층의 차이를 이용한 접근의 다양성을 스킵플로어의 형식으로 구성하여, 영화의 필름이 연속적인 이미지를 선형의 시간 속에 투사하듯이, 연속된 공간의 흐름이 자연과 결합된 도서관의 특징이 되고자 하였다 . 중심부 공간을 빛으로부터 영감을 받는 상징적 공간으로 구성하고, 주변부를 스킵플로어로 이동하며, 주변의 자연경관과 결합되어지는 도서열람공간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구상을 하게 되었고, 실내의 흐름은 시네라이브러리를 거쳐 마지막 옥상으로 나왔을 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대함으로 해서 완결되어지는 구조를 갖추었다.

 

 

 

 

이 도서관의 중앙홀은 유연한 프로그램들과 결합되어지고, 천창으로부터 쏟아지는 빛과 조우하면서 지적 영감을 얻는 공간이 되고자 하였다.  단순히 책을 보는 공간만이 아닌, 주변의 자연환경과 빛으로 충만한 상징적 중심공간과 결합시켜서 더 큰 공명을 만들어 내는 도서관이 되고자 하였다.  계획안은 학교의 적극적 응원에 힘을 얻었고, 학교장님은 지역주민들까지도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한 개방적 공간으로 사용되기를 제안해 주셨다. 이에 따라, 부사관들만이 아닌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학교에서는 정문을 도서관 뒤로 후퇴시키기로 결심하시고, 익산시와 협의하여 구체적 방안을 진행해 나가게 되었다. 시공과정에서는 ,미흡한 공사비 내에서 재료나 마감디테일을 수정해 가면서도, 좋은 작업을 끝까지 같이 완성해 나가겠다는 현장소장의 의지가 보태어지고, 발주처인 풍산의 간섭 최소화, 사용자인 육군부사관학교의 적극적 도움을 통하여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도서관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우리나라 국방의 핵심전력에 해당하는 전국의 부사관들이 이 곳 부사관학교에서 임관과 재교육을 받으면서 군사시설 내에도 이런 문화공간이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 지고, 보안과 통제가 엄격할 수밖에 없는 군사시설에서 지역주민들과 공유하는 건축물로 개방하여 상생을 이루고자 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