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운중천 이웃집
도시의 맥락을 찾을 수 없는 택지개발지구에서 운중천은 이 집의 가장 큰 컨텍스트(context)였다. 우선 남측 도로와 북측 도로의 관계설정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남쪽으로의 향은 중요시 됐으나 도심주택에서 도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정형 주택을 계획했다. 그리고 북측에 위치한 운중천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주택의 ‘프라이빗 영역 보호는 필수’라는 생각과 북쪽에 위치한 운중천과의 연결은 이 설계에서 가장 어렵고 신중하게 진행됐다. 우선 이집의 가족 구성원을 고려해 식당을 반 외부적인 공간으로 규정하고 식당과 주방의 레벨을 들어올렸다. 이는 자연과의 소통도 있지만 운중천변의 도로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었고, 운중천변 건너의 풍경까지도 고려한 것이다.
운중천에 면하고 있는 식당과 주방은 거실과 60㎝의 단차를 두고 높여져 있다. 운중천변 도로보다 150㎝ 높은 셈이다. 이 벌어진 틈은 운중천 도로면에서 1층 부분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들어 올려진 틈으로 지하실에 빛을 내려준다. 또한 운중천 건너편에서 보면 건물이 지면에서 부유해 있는 듯한 착시를 준다. 운중천과의 관계 맺기를 위한 장치로 식당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사용에 따라 반 외부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다. 자녀들이 방문할 때만 사용하는 식당은 폴딩도어를 사용해 개폐 시 운중천과 마당과의 연결 역할을 충실히 한다. 또한 들어 올려진 식당 하부의 지하로는 자연스럽게 드라이 에어리어가 형성돼 취미실로 쓰는 지하에 상당한 채광을 줄 수 있는 계획안이 됐다.
로지아는 서양의 건축용어로 한 방향 또는 그 이상의 측면이 개방된 갤러리라는 의미이지만, 이 집에서 로지아는 운중천과 마당을 연결해 주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지상 1층은 닫혀 있지만 자연과 마당을 열어주고자 만든 공간이다. 운중천 너머의 골목길 건너로 보이는 북측의 산과 남측의 산을 연결해주는 도시의 작은 통경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벽과의 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닥을 사비석 잔다듬으로 했고, 운중천과의 교류를 위해서 난간은 일체의 장식을 배제한 투명 유리로 했다. 또한, 이 집의 중정은 아마도 판교주택 중에서 가장 넓은 깊이와 길이를 가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도로 경계선으로 주택을 밀어내어 내부공간을 확보했다. 혹자는 외부와의 단절에 염려의 시선을 두지만, 열려진 식당과 로지아, 남측의 유리복도가 이를 대신한다.
수공간은 로지아의 한쪽을 차지하면서 나중에 추가된 이 집의 손주들을 위한 물놀이 공간이다. 처음 설계 당시에는 건축주 친구들의 모임 장소로 계획되어, 저녁이면 수공간 밑으로 은은히 퍼지는 조명 아래서 와인을 마시는 공간이었다. 2층 욕실의 샤워실과 통유리로 연결돼 로지아의 실내로 확장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겨울이면 방킬라이 목재로 만든 뚜껑을 덮는다. 인공구름이라 이름지은 지붕의 텐트는 이 집의 클라이막스 로지아의 공간을 에워싸는 장치다. 태풍 시 언제든지 철거 및 설치가 자유롭도록 설계됐다. 운중천과 조화를 이루는 로지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크린벽은 2층 가족실에서 8m의 깊이에 있는 이 벽은 이 집의 자녀와 부모세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아래층과 윗층 동시에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영화 시청이 가능하다.
건축설계는 재미있는 작업이다. 좋은 클라이언트와 시공자와 함께할 경우 더욱 그렇다. 건축주 내외는 설계과정 내내 건축가를 존중해 주었고, 그런 건축주를 위해서 건축가는 좋은 집을 설계하려 최선을 다했다. 또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시공자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 3계절을 땀과 먼지 속에 살았다. 그렇게 탄생된 이집은 운중천의 좋은 이웃으로 남을 것이다. ■
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