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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아크 Vertical 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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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아크 Vertical Arc

  • 위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
  • 용도

    상업 시설
  • 외부마감재

    벽돌, 치장벽돌, 크로스패널
  • 내부마감재

    노출콘크리트
  • 구조

    철근콘크리트, 철골구조
  • 대지면적

    516.90㎡
  • 완공연도

    2023
  • 건축면적

    216.90㎡
  • 연면적

    848.80㎡
  • 디자이너

    황정현, 현창용
  • 건폐율

    50.67%
  • 용적률

    147.11%
  • 구조엔지니어

    이든구조컨설턴트
  • 기계엔지니어

    우리 ENC
  • 전기, 통신엔지니어

    (주)익스플래니트




Diagram


Diagram


친숙한 모퉁이 건물의 낯선 건축적 유산

건축보다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의 거리, 그중에서도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거리는 수많은 상점의 간판전쟁으로 건축물의 민얼굴을 보기 힘든 서울을 대표적 번화가 중 하나다. 그 중 서교동 이면도로 모퉁이에 자리한 길고 얕은 필지에는 편의점, 주점, 음식점 등 가장 문턱이 낮고, 경쟁이 심한 상정들로 채워진 건물이 있다. 이 근린생활시설을 매입한 건축주는 1986년부터 35년여를 버텨낸 건물의 기능과 구성 프로그램의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 진보된 리모델링으로 거리의 분위기를 바꾸려 건축가를 찾았다. 





Elevation_Before


Elevation_After


리모델링을 위한 건축가의 일은 새로움을 분주히 찾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건축가가 남기고자 했던 건축적 유산을 느긋하게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장을 찾아 형형색색의 간판과 과장된 활자에 가려져 있던 낯선 제스쳐들을 발견해 나갔다. 도로와 길게 면하여 건축이 마치 하나의 ‘거리 입면’을 만드는 입지 특성을 살려, 거리를 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담담한 보행 리듬을 닮은 입면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유산이었다. 아치형 창호를 병치시킨 길게 펼쳐진 입면은 동일한 9개의 기하학적 기호만으로 채워져 있다. 1986년 이 도시에선 꽤 파격적이고 모던한 시도였을 것이다. 개구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벽한 아치가 아닌 장방형 개구부 위 곡선의 일부, 즉 아크(arc)를 앉힌 미완의 아치(arch)였다. 40여 년 전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이런 형태를 만들고자 한 당시 건축가의 위대한 도전장 앞에선 그 누구의 비평도 무효할 것이다. 총 3단의 계단식 들여쌓기를 통해 치장과 깊이감을 더했고, 특히 출입분으로 사용된 개구부 2개는 거의 완벽한 아치의 비례를 하고 있어 눈여겨 볼 만했다. 이 출입부에는 돌출된 벽감형 창호가 양립했다. 각 층간 띠장은 묽은 기와 처마를 덧붙여 당시 중요한 과제였을 전통의 계승과 융합에 대한 고민도 살펴볼 수 있었다. ‘모퉁이 편의점 건물’ 정도로 통했을 흔한 건물의 귀한 자산을 새로운 이야기에 조심스레 녹여 내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과제가 현재의 건축가에게 주어졌다. 





Section_Before


Section_After


시그니처의 발견, 그리고 은일적 재구성

숨겨져 있던 건축물의 시그니처를 발견한 이상, 형태미를 드러내 밝혀 주는 것은 건축가의 당연한 선택이었다. 기존 저층부는 큰 틀에서 그대로 보존하되, 아크와 아치의 연속이 저층부의 유일한 언어가 될 수 있게 부차적인 요소를 정리해 나갔다. 적벽돌로 세심하게 쌓아 낸 곡면의 개구부가 훼손되지 않게, 기존 건축물의 면은 그대로 유지하며, 붉은 기와로 멋 낸 처마, 돌출된 벽감 창호, 오래된 개구부 프레임, 낡은 화단 정도를 변경 범위에 포함했다. 처마는 기와를 철거하고 돌출부를 잘라내 무채색으로 도장했고, 벽감 창호는 철거하되 적벽돌을 채워 기존 창의 형상이 흔적으로 남게 했다. 화단과 계단 등 기단부에 부설된 요소까지 지워내고 나니, 닫힌 벽과 열린 개구부, 벽돌의 면과 아치의 행렬만 남았다. 형태적 특성과 무관하게 편의만을 위해 설치되었던 기존 창호 프레임도 최대한 통창으로 변경했다. 아치의 외곽선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먹색 프레임과 빗물을 흘려보낼 프레싱까지 새롭게 계획해 기존 건물의 정체성을 살리며 지속할 수 있는 기능성까지 확보했다. 







Plan_Before


Plan_After


1986년과 2022년 어느 사이 즈음, 이질적인 재료로 쉽고 빠르게 증축된 3층은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볼륨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 장방형 건축물의 양단부는 부피를 덜어내고, 테라스를 두어 거리와 소통하면서 가로축에 여유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했다. 덜어낸 만큼 한 층 더 쌓아 고층부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메시지가 요구됐다. 저층부의 아크와 아치를 직접 모방하지 않으면서, 간접적으로 계승한 현대적인 시도가 필요했다. 조심스럽지만 과감하게 깊이 방향으로 눕힌 아크의 수직적 확장과 수평적 병렬로 만들어 낸 이중 외피로 구현되었다. 저층부 개구부처럼 같은 기호지만, 너비가 다른 몇 가지 단위의 수직 곡면을 병치해 하나의 물결과도 같은 외피를 만들어냈다. 저층의 적벽돌 외벽이 시선을 허용하거나 차단한다면 고층부를 감싸는 아크의 물결은 그 안의 건축과 공간을 유연하게 보여주는 은근한 존재가 될 수 있게 했다. 설계 과정 속 치열한 고민은 형태를 드러내고자 함이 아닌 은일하게 깃들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건축가들에겐 ‘우리만 아는’ 숨겨진 재미기도 했다. 





새로운 용도, 기능을 위한 합리적 재구조화

건물을 다시 쓰고, 생명을 연장하는 일은 건축의 피부와 피복을 다듬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보다 건축의 뼈대와 계통, 내부기관을 새로운 목적에 맞게 변경하고 수명을 늘리는 이성적, 합리적 계획은 건축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직능이기도 하다. 




‘버티컬 아크’의 기존 내부 공간은 2개 공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내부계단을 가지고 있었다. 증축된 3층 공간은 후면에 둔 별도의 동선으로 진출입 되고, 작은 지하층 역시 따로 마련된 계단으로 진입하는 등, 하나의 건물인 것이 무색하게 철저히 임대를 위한 개별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전환해 도시에 새로운 거점이 되길 희망했던 건축주의 목적에 맞도록 건물의 중심 바닥 판을 걷어내고,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삽입했다. 주 출입구를 향한 코어를 두어 보행 접근에 위계를 만들고, 어엿한 전이공간과 일원화된 공용공간을 만들어냈다. 또한, 과거 흩어져 사용하던 화장실도 홀 옆에 두어 임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임차인과 방문객을 위한 기능적 편의성도 고려했다. 철거 후 개축한 3~4층 부는 이중 외피에 의지하면서도 볼륨을 정리해 모든 임대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을 만들어냈다. 




Plan_Before


Plan_After


리모델링의 가치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해석하곤 했다. 다양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 공간 속 기존 건축물이 자리하던 방식을 유지한 채 새로운 건축이 ‘재탄생’하는 순간이 도시의 맥락을 유지하고, 건축이 환경에 기여하는 매우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경험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 재생의 독립적인 건축적 가치를 절감하게 된다. 과거의 건축가가 전하는 유의미한 건축적 유산을 다시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 바톤을 이어받은 현재의 건축가가 또 다른 시선으로 읽어 사회에 전달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이어달리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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