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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담, 아랫담 집 BEYOND THE 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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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담, 아랫담 집 BEYOND THE WALL

  • 위치

    경기 성남시, 수정구
  • 용도

    주거 시설
  • 외부마감재

    벽돌, 적벽돌
  • 구조

    철근콘크리트
  • 대지면적

    287.30㎡
  • 완공연도

    2023
  • 건축면적

    143.49㎡
  • 연면적

    456.02㎡
  • 디자이너

    김민호
  • 건폐율

    49.94%
  • 용적률

    87.41%





Elevation


PROLOGUE : 닫힌 대지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가 구축된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보편적이며 효율적인 거주 형태다. 이러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선택한 사람들은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테라스와 활짝 열린 넓은 정원, 각기 다른 모습의 개성적인 외관은 확실히 아파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주택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하지만 현실은 밀도 있게 구획된 도시계획에 의해 주택 단지에 모인 수많은 집이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사방으로 막힌 폐쇄적인 형태로 들어서 있다.

대상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위의 사면이 다른 주택들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건축주의 프라이버시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의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예민하게 대응해야 했다. 대지 주변의 도시적 맥락을 살펴보았을 때 근처에 커다란 녹지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인접 대지에 들어선 주택으로 자연경관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없었다. 건축주와 이웃의 프라이버시를 모두 보호하고, 닫힌 대지에서 최대한의 개방감을 확보하며 건축주의 요구를 반영한 건물을 구축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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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분석

대상지는 경기도 성남시에 조성된 단독주택단지 내 부지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블록 모서리에 자리했다. 대지가 마주하고 있는 4면 중 2면은 8m 도로, 2면은 이웃 주택과 인접해 있다. 2면이 도로와 마주하고 있지만, 우측 도로 너머에는 이미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전면도로 너머 부지는 현재 비어 있으나, 추후 단독 주택이 들어설 예정으로 결국 4면 모두 다른 주택으로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전면도로는 레벨 차이가 거의 없는 평지이지만, 우측 도로의 약 2m 정도 높이차가 있는 경사를 활용해 차량 진입과 도보 진입의 동선을 분리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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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담, 아랫담

사면이 건물로 막혀 있고, 이웃 주민은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로 예민한 대응을 요구하는 대지에서 ‘주거 공간을 어떻게 열고, 어떻게 닫을 것인가?’는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메인 주제로 계획에 작용했고, 마치 감시카메라처럼 사방에 있는 주변의 시야를 피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결국 중정을 중심으로 둘러싼 형태의 건물이 피할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잠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을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의 시야를 차단해 건축주와 이웃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동시에, 안에서 최대한의 개방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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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대지의 모든 면을 둘러싸는 폐쇄적인 중정형 형태에서 벗어나, ‘담장(Wall)’이라는 건축적 요소를 활용했다. 이웃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자연 속 휴식공간과 부모와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건축주 자녀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주거공간을 계획했다. 담장은 건물과 분리된, 단순히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오브제로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담과 건물을 일체화해 담장을 건축적 요소 중 하나로 느껴질 수 있게 디자인했다. 보행자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높게 쌓아올린 담이 아닌, 건물과 일체화된 담은 건축적 스케일에서 수직적 레벨에 따라 아랫담, 윗담으로 나뉘어 다른 기능으로 각 레벨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응한다.




Site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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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와 1층에 있는 아랫담은 1차적으로 창고라는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앞집의 시야를 가려준다. 또한, 시각적으로 사면이 막힌 건물에서 출입 동선을 유도하는 진입 시퀸스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담을 따라 대지 내부로 들어왔을 때 마주하는 외부로 뻗어 나가는 사선 형태의 담은 이웃 주택들의 틈 사이, 열려있는 공간을 향해 시선을 유도해 중정형 건물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한다.

2층과 다락으로 구성된 윗담은 외부의 시야를 차단해주는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요구였던 두 자녀 사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실현하는 핵심적 건축 요소이다. 같은 레벨에 있지만, 윗담을 기준으로 나뉜 자녀들의 공간은 각각 한옥의 사랑채와 안채를 상징한다. 방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대지 밖을 향한 아들의 공간은 한옥의 ‘사랑채’처럼 외부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열려있고, 안쪽에 있는 딸의 공간은 한옥에서 여성의 공간인 ‘안채’와 같이 내향적 구조를 가진다. 아들의 공간은 코너 창을 통해 대지 주변의 녹지를, 딸의 공간은 내부 중정을 바라보며 두 자녀 모두 각자의 방에서 즐길 수 있는 자연 풍경을 제공한다.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성을 부여해 시선의 간섭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했다.

건물 중심에서 바라보았을 때, 윗담과 아랫담이 중첩되며 만드는 공간의 깊이감은 중정의 개방감을 극대화하고 ㄷ자 배치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한다. 결국, 윗담과 아랫담은 우리가 처음부터 고민했던 건축주와 이웃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어떻게 닫아줄 것인가‘와 중정형 건물의 개방감 부여에 대한 ’어떻게 열어줄 것인가‘라는 두 개의 질문을 모두 해결하는 최선의 건축적 해결책이다.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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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 배치

건물이 대지에 ㄷ자 형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이웃 주택으로부터 프라이버시 보호, 자연적인 휴식공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갤러리로 활용 가능한 공간이라는 건축주의 요구가 바로 그 이유다. 단순히 자연에 대한 요구였다면 ㄷ 형태 외에도 여러 가지 배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면 인접 건물의 시선을 차단해주는 ㄷ자 배치가 최적이었다. 또한, 동일한 대지 면적에서 가장 긴 동선을 계획할 수 있는 ㄷ자 배치를 통해 의도적으로 조금 더 긴 동선을 계획하고, 동선을 중심으로 갤러리 월을 디자인하여 단순히 집이 아닌 갤러리로 활용 가능한 공간으로 계획했다. 대지의 도시적 맥락과 건축주의 요구를 고려했을 때, ㄷ자 배치는 이 대지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중정과 수공간

실내에서 다양한 뷰로 조망 가능한 중정은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메인 공간으로, 이 집이 가진 건축적 언어와 비슷한 결로 공간의 통일성을 주고자 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선택한 수공간은 주거 공간이지만, 갤러리로 사용하고 싶어하는 건축주의 요구와 중정형 건물에서 최대한의 개방감을 찾고자 했던 고민에 대응하는 또 다른 건축적 제스처였다. 중정을 가득 채운 물은 주변의 모습을 비추며 하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개방감을 만들어 낸다. 수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집의 한가운데에 고요히 자리 잡아 집이 마치 갤러리처럼 느껴지게 한다.

수공간이 아닌 평범한 마당이 필요한 경우도 고려해 커다란 석판을 중정 가운데에 조금 낮게 배치하고 주변으로 수공간을 조성했다. 수공간을 채우는 물의 깊이에 따라 중정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수심이 얕을 때는 평범한 마당처럼, 석판보다 높게 채웠을 때는 완전한 수공간으로 연출된다.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수공간의 수심을 조절하여 다양하게 중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Plan_2F


스케일을 고려한 입면 

대지의 높이차로 완전히 묻히지 않은 지하 1층은 보행자에게 마치 지상층처럼 느껴진다. 전면도로에서 지하 1층이 거의 건물의 1개 층 높이만큼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상 2층짜리 주택이 보행자 시선에서 3층 높이의 건물로 읽힌다. 게다가 다락층의 높이까지 더해지면 자칫 단독주택 단지와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높고 부담스러운 건물이 될 수 있었다. 대지의 맥락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건물로 세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어울리길 바랐다. 단독 주택 스케일감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한 덩어리의 건물이 아닌 분절된 매스로 느껴져야 했다. 실제로 매스를 아예 분절하기엔 무리가 있어, 입면 디자인으로 건물의 스케일감을 세밀하게 조정하고자 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빨간 벽돌을, 그 사이 지상 1층은 회색 벽돌을 사용했다. 재료의 분리는 1차적으로 매스의 개별감을 강조한다. 재료의 선택을 달리했을 뿐이지만, 눈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매우 확연하다. 1층보다 살짝 더 돌출된 2층과 다락층 매스는 돌출된 것과 동시에 1층 회색 벽과 살짝 떨어져 있어,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덕에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건물을 3층 높이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닌 1, 2층 정도의 규모로 인식하게 된다. 





Plan_Attic


EPILOGUE : Beyond the Wall

우리는 사면이 건물로 막힌 대지의 맥락과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상태로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담장을 중심으로 구분되는 안과 밖의 공간은 내외부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서 우리가 만든 건축적 기준인 벽 너머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스케일의 맥락이다. 

담장은 벽 너머의 이웃 주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장치로, 벽 안에서 두 자녀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간의 깊이감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담장은 우리가 만든 건축 기준이자, 동시에 벽 너머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스케일의 맥락 속에서 각각의 요구를 읽고 그에 대응하는 건축적 제스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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