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Before
들어가며
평범한 동네의 50년 된 작은 단독주택을 사무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이 집의 첫 번째 특징은 역시 지붕이다. 짙은 녹색의 이끼와 세월의 때가 묻은 석고 소재의 기와지붕이 마치 벽처럼 가파르게 주도로에 면하였다. 이 작업의 이름이 '녹색 박공집'으로 정해진 이유다. 이 일대의 주택지가 조성된 것이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으로, 당시 30~40대 한 중년이 집을 짓고 그가 80~90대 노인이 되어 집을 새로운 주인에게 넘겼을 것이다. 건축가의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집의 생김새가 주변의 일반적인 주택 유형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집이 주변과 달라 눈에 튀거나 결이 다르게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르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이 집을 '지금처럼' 고치고 싶었다.
Before
구조와 단열
주도로 측으로 편향되어 높이 올려진 박공의 용마루가 1층 절반 크기의 2층 바닥을 조성하고, 높은 편경사의 거실 공간을 형성한다. 다만 과거의 관습, 단열과 구조적 한계, 계획자의 능력 부족 등으로 실외 처마와 실내 천정 마감선이 지붕 경사도와 달리 완경사로 지어졌다. 그 때문에 천정 속 공간 활용이 부족했고, 2층 외부 발코니와 실내의 층고 등이 낮고 불편하게 계획되어 있었다. 따라서 가장 먼저 진행한 구조 변경은 실외 처마와 실내 천정 마감선을 지붕 경사도와 같게 맞춰 천정 속 숨겨진 공간을 활용 공간으로 편입하는 것이었다. 그덕에 1층 거실과 2층 격실, 발코니의 천정고가 높아졌고, 거실 일부에 복층 형식의 다락이 만들어졌다. 천정 마감선을 낮출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완경사 지붕면 한가운데 놓인 두껍고 높은 보였다. 보 부분만 벽체 일부처럼 보이도록 하였고, 천정공간이 사라지며 부족해진 단열성능은 천정면에 단열재를 기밀하게 보강하여 해결했다.
Section_Before
Section_After
장식과 때
처음 주택을 답사했을 때, 실내 공간의 확장이나 진입부의 기능성을 위해 샷시 등 구조물이 건물 여기저기에 덧대어져 원형을 알아보기 어려웠고, 집의 최초 의장 방식의 의도를 해치고 있었다.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집의 원형이 드러나고 건물의 각 부분이 원래의 쓰임새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무계획적으로 덧댄 것들을 제거하고, 의장을 복원하는 작업이 구조적 보완과 함께 병행되었다. 기와나 벽치장 등 기존 외장 일부를 씻어내거나 복원했고, 최초 건립 당시의 아름다움을 찾으면서, 재료의 내구성 등 건물의 수명을 위한 기능적 동시대성만을 부여한다는 태도였다. 이때, 세척이나 도장을 새로 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데, 녹색 이끼가 붙은 지붕과 일부 장식은 세월의 때가 묻은 대로 유지하여 건물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창살 문양 같은 장식의 스타일은 그것이 지역적 뿌리를 가진 것인지 고민하였다.
Before
Before Plan_1F
After Plan_1F
가구
주택을 사무 공간으로 리모델링 해야 하는 탓에 작게 분절된 공간의 활용성을 높여야 했고, 건축 설계 행위의 태도와 일관성을 가지는 맞춤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소재 측면에서 건축의 바닥재와 같은 화이트오크 목재를 사용하여 가구가 바닥의 연장선으로 보이고, 사용되길 바랐다. 구법이나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그 얽는 방식이나 생김새가 꽤 건축적이길 바랐다. 서구의 라멘 구조와 동양의 목재 결구 방식이 조합되어 절제된 형식을 만든다. 특히 선반 같은 경우, 그대로 크기를 키우면 목재 결구식 도미노 시스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구의 이름도 '건축하는 사람'의 의미인 아키어(Archi-er)가 되었다. 또한, 건축은 기존의 것들을 얽었다, 풀었다 하는 것이지, 부수고 짓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자연 일부로 돌아가는 데 무리가 없도록 나무 이외의 재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Before
Before Plan_2F
After Plan_2F
나오며
이 집을 사용하며, 대게 이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골목 반대편의 노출콘크리트 집을 목적지로 오해하곤 한다. 건축가가 계획하고, 건축가가 사용하는 건축물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다르지 않다. 외형 일부를 복원하고, 씻어내고, 수리하여 본래의 아름다운 외관을 살리고, 구조나 단열, 내구성 측면에서 동시대적 기능성을 부여한 이 집이 보통 건축가의 작업처럼 눈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녹색 박공집 작업은 보통 동네의 지속적인 삶과 풍경의 형상을 말하기에 유의미한 작업이다.
Plan_At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