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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내의 분양대지 중에서 건축주는 가장 바깥에 있는 땅을 사들였다. 이유는 대부분 평평하게 조성된 다른 대지와 달리 땅이 경사져 있어 도로에서 지하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지의 끝에 자리 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장 조용히 지낼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했다.
Elevation
Elevation
건축주는 취향과 선호가 매우 명확했다. 건축주는 화려하지 않은 무채색의 재료 톤과 군더더기 없는 기하학적 형태의 구성을 좋아한다. 또한 사소하지만 계획적으로 딱 떨어지는 선을 원했고, 흰색과 여백이 주는 여유로움의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채워진 것보다 비워진 것의 풍성함을 이해하고 있었다.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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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기능적으로 건축주가 가장 원했던 것은 지하에 본인의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영화와 차에 대해 진심이었던 건축주는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영화 감상실을 만들고 싶어 했다. 차에 대해선 호기심도 많고, 손재주 또한 좋았다. 이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넓은 공간이었다. 따라서 건축주는 지하 주차장을 넓게 만들어 차를 포함해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직접 해볼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자 하였다.
Plan_B1
설계과정 자체는 재미있었고, 큰 이견 없이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건축가의 취향과 건축주의 취향이 비슷하니 재밌을 수밖에 없었다. 외부 형태는 가장 순수한 기하학 형태인 육면체를 조합해 전체 프로그램 구성에 대응하였다. 또한, 지하에서 2층까지 모두 드러나는 형태이다 보니 계획 상 지상 2개 층이지만 3, 4개 층 규모의 메스 구성이 가능했고 덕분에 전체 형태는 더욱 풍부해졌다.
Plan_1F
재료적으로는 회색 톤의 재료만으로 형태를 채우기 위해 무채색이지만 다양한 톤과 밝기를 갖고 있고, 표면 텍스쳐를 통해 여러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화강암 석재를 사용하였다. 사용된 석재는 어두운색에서 밝은색 순으로 마천석, 고흥석, 거창석을 사용했고, 각각은 잔다듬, 가로방향과 세로방향 줄다음, 버너 구이 등 다양한 표면가공을 적용했다. 이러한 재료는 전체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육면체 단위로 적용되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고 흥미로우며 동시에 조화로운 형태를 만든다. 또한, 각각의 서로 텍스쳐는 빛이 들거나 조명이 비췄을 때 굴곡과 그림자를 통해 표면의 다름을 선명하게 드러내어 입면을 풍성하게 해준다.
Plan_2F
내부는 최대한 군더더기 없는 방향으로 진행했고, 흰색과 나무가 주는 따뜻함과 온화함을 기본으로 하고, 금속판이 만들어 내는 비물리적인 이미지를 더해 공간이 둔탁하지 않게 하였다. 또한, 아일랜드 싱크처럼 내부 공간에 오브제(object)처럼 존재해야 하는 요소는 외장재로 사용된 화강암을 활용하여 외부에서 내부까지 이어지는 완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는 시공 과정에서 시공사 탓에 매우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건 무엇보다 건축주의 배려와 믿음이었다. 앞으로 이 안에서 건축주가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