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늙은 집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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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후즈 작성일19-03-27 22:10 조회6,2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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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호현은

대전에 위치한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네덜란드 건축사로 스노우에이드 대표 건축가이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다. 2007년에서 2년여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이 아내 김현주와 함께 집을 짓고 10년 가까이 주택에 살고 있으며 2012년부터 스노우에이드란 이름으로 아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디자인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국제 건축상을 받았고 2017년 K디자인 어워드 수상, 2018년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 실버어워드를 수상했다.

 

 

 [ 순서 ]


Ⅰ.초보건축가의 자기 집 짓기

 

Ⅱ. 어떤 집을 생각 하나요
 1. 현장을 보다 -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땅
 2. 막연한 설계를 시작하다 - 새로운 건축주 아내의 등장
 3. 설계를 완성하다 -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Ⅲ. 새로운 시작 – 집을 만들어 볼까요
 1. 공사의 시작 - 땅을 파기 시작하다
 2. 집자리 잡기 - 도면이 바닥의 패턴이 되다
 3. 기초와 골조의 시작 -  봐도 잘 모르겠는데
 4. 외부 마감공사의 시작 - 도면과 다른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Ⅳ. 끝난 줄 알았는데 – 실내는 어떻게 할까요
 1. 인테리어 공사의 시작 -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2. 자재를 찾아다니다 - 건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다.
 3. 시공에 간섭하기 -  모르면서 우기기, 디자인이 중요하다
 4. 조경 만들기 - 건물이 끝나면 끝난 줄 알았는데
 5. 드디어 완성! - 사진 찍고 잡지사에 보내볼까​

 

Ⅴ.  주택에 살아 볼까요
 1. 꿈에 그리던 집에서 첫날밤 - 눈 뜨니 나무가 보인다.
 2. 살아보니 - 집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3. 로맨틱한 상상과 현실의 격차 - 아이들 중심의 삶
 4. 불편함으로 얻는 것들​

 

 

 

Ⅱ. 어떤 집을 생각 하나요

 

 


1. 현장을 보다 -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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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현장. 땅을 파악하기 어렵다.

 

 

막상 집을 지으려고 하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학교에서 배운 대로 땅을 보러갔다. 분당에서 태재고개를 넘어 조금 들어간 곳으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곳의 뒤 쪽이었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이미 집들이 들어서 있었고 그 사이에 비어 있는 야산에는 무덤이 있었다. 생각보다 큰 땅이 여서 분할해서 두세 채의 집이 들어갈 수 있는 면적 이였다. 하지만 지적도로 본 경계와 현장에서 본 땅의 모습이 쉽게 머릿속에서 조합되지 않았고 나무가 많고 경사가 심하다는 정도 외에는 막상 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지금도 어렵지만 땅을 잘 이해하고 그 땅의 형상을 잘 활용하는 건축을 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집을 짓기 전에 땅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하는데 물리적인 위치와 형상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주어진 그 땅의 지목과 법규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기본적인 지목과 법규 등은 ‘토지 이용규제 정보 시스템(http://luris.molit.go.kr)’을 활용하면 파악 할 수 있다. 우리 땅의 경우 임야로 되어있어 토지 분할과 함께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대지로 변경해야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조건이었다. 아울러 측량을 통해 대지 경계뿐만 아니라 경사 등을 파악한다면 과도한 토목공사를 막고 땅의 형상을 충분히 활용해서 설계 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된다. 

 

 

2. 막연한 설계를 시작하다 -새로운 건축주 아내의 등장

 

땅을 보고 왔지만 머릿속에 뭐가 떠오르기는커녕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학교에서 설계를 할 때 땅을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땅에 배치한다고 했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되니 무엇부터 생각해야 될지 막막했다. 아내와 함께 집을 짓는 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두서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내용들을 적고 그리기 시작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불만 이였던 부분과 같이 여행 갔던 리조트 등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원하는 공간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는데 아파트에서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 욕실에 대한 불만, 좁고 높은 층고의 복도 공간, 드라마틱한 계단, 노천탕, 실내정원등에 대한 이야기와 이미지들을 조합하며 서서히 설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의뢰인에게 권하는 방법이지만 집을 짓는 다면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유롭게 상상하고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집을 짓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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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다이어그램

 

 

 

부분적인 공간의 행위와 모습들이 대략 그려진 다음에는 이 공간들을 엮어서 하나로 만들어야 했다. 각각의 모습들을 마치 영화 콘티처럼 생각하고 순서를 이어 붙였는데 영화가 일방향으로 흐른다면 공간은 순환해야 하기에 시작점과 끝점이 만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순환의 방식을 직선적인 방식이 아닌 꼬이고 꺾이게 만들어 단순하게 파악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건축가로서 이상적인 공간을 상상하며 내 디자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홀로 즐거운 상상에 빠져 있던 차에 잊고 있던 건축주인 아내가 등장했다. 어설픈 도면을 보며 현관과 주방이 왜 이리 작은지 1층에 화장실이 없으면 불편하다는 등 날카로운 비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건축적 개념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있던 나는 현실적 질문들 앞에 답을 내놓지 못했고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서 집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 설계를 의뢰하시는 분들에게 꼭 부부가 같이 오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부부라도 집에 대한 생각과 로망이 다르며 대화를 통해 부부의 이야기를 하나의 공간에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3. 설계를 완성하다 -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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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형태와 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스터디 모형들 

 


아내의 크리틱에 몇 번의 도면 수정 작업을 하고 기본도면이 완성되었다. 기본도면이라함은 건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면인 평면, 단면, 입면을 의미한다. 요즘은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에서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며 설계를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소통을 위해서는 도면이 중요하다. 기본 도면을 만들었지만 설계 사무소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실무적인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허가와 실시도면등 집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좀 더 경험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친한 친구에게서 실장님을 소개 받았는데 도면과 3차원 모델을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도면을 그리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공이 안 될거라는 말을 해주셨다. 한국의 소규모 건설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지라 도면만 잘 그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도와주실 분을 다시 소개 받았는데 고민 끝에 도와주시기로 했던 분은 나중에야 힘든 프로젝트로 보였으나 이 디자인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말로 나를 위로 해 주셨다. 집을 설계 하는 일은 집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되지만 그것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료, 구조, 전기, 설비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조율을 통해 구체적 계획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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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형과 컴퓨터로 만든 3D 모형

 

 

주택 설계를 위한 팁!


● 땅에 대한 기본정보는 토지이용 규제 정보 시스템에서 확인할 것


● 경계 측량을 통해 대지 경계를 확인하고 현황측량을 통해 대지의 경사와 환경을 도면 화 할 것


● 주택을 짓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족 모두가 이야기 하고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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