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늙은 집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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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후즈 작성일19-03-25 21:07 조회4,5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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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호현은

대전에 위치한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네덜란드 건축사로 스노우에이드 대표 건축가이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다. 2007년에서 2년여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이 아내 김현주와 함께 집을 짓고 10년 가까이 주택에 살고 있으며 2012년부터 스노우에이드란 이름으로 아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디자인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국제 건축상을 받았고 2017년 K디자인 어워드 수상, 2018년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 실버어워드를 수상했다.

 

 [ 순서 ]


Ⅰ.초보건축가의 자기 집 짓기

 

Ⅱ. 어떤 집을 생각 하나요
 1. 현장을 보다 -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땅
 2. 막연한 설계를 시작하다 - 새로운 건축주 아내의 등장
 3. 설계를 완성하다 -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Ⅲ. 새로운 시작 – 집을 만들어 볼까요
 1. 공사의 시작 - 땅을 파기 시작하다
 2. 집자리 잡기 - 도면이 바닥의 패턴이 되다
 3. 기초와 골조의 시작 -  봐도 잘 모르겠는데
 4. 외부 마감공사의 시작 - 도면과 다른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Ⅳ. 끝난 줄 알았는데 – 실내는 어떻게 할까요
 1. 인테리어 공사의 시작 -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2. 자재를 찾아다니다 - 건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다.
 3. 시공에 간섭하기 -  모르면서 우기기, 디자인이 중요하다
 4. 조경 만들기 - 건물이 끝나면 끝난 줄 알았는데
 5. 드디어 완성! - 사진 찍고 잡지사에 보내볼까​

 

Ⅴ.  주택에 살아 볼까요
 1. 꿈에 그리던 집에서 첫날밤 - 눈 뜨니 나무가 보인다.
 2. 살아보니 - 집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3. 로맨틱한 상상과 현실의 격차 - 아이들 중심의 삶
 4. 불편함으로 얻는 것들​

 

 


 

10년 전 건축가로써 초보시절. 건축가라면 누구나 해 보고 싶은 자기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불현듯 찾아왔다. 좋은 기회였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었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학부과정과 유학시절 동안 배우고 익힌 이론, 짧았지만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체득한 실무, 그리고 열정과 소망까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설계에서부터 시공 그리고 마침내 입주하기까지 이루 말로써 다 할 수 없는 역경을 헤쳐나가야 했다. 집을 한 채 지으면 10년은 늙는 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건축가의 집을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건축주의 집과 건물을 그 동안 많이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그 경험들을 많은 예비 건축주 들과 나누고자 한다. 건축가로써 건축주로써 시공자로써의 솔직한 얘기를 마음의 귀를 열고 듣기 바란다.


10년 늙지 않을 소중한 얘기를.​..

 

 

.초보건축가의 자기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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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들레를 싫어한다. 어제 동네 공원에 갔다가 어린아이들이 민들레 씨를 불어 날리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에게 재밌는 놀이겠지만 그렇게 날린 씨들이 곳곳에 민들레가 퍼지게 할까 괜한 걱정을 했다. 어차피 민들레는 퍼질 텐데. 사실 처음부터 민들레를 싫어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민들레든 뭐든 꽃과 풀에는 관심도 없었다. 민들레를 싫어하게 된건 우리 집을 짓고 나서 부터다. 마당에 퍼져가는 민들레를 처음에 뽑아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다른 잡초 보다 뽑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우리 마당에는 민들레와 쑥과 이름 모를 잡초들이 가득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자랐다고 생각되면 한 번씩 깎아버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뭐 잡초라고 이름 붙인 건 인간이고 그들은 원래 다 같은 식물들이니 내가 심은 것이 아니고 스스로 자랐다고 해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당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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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도시에서 자랐고 주택과 자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서울 한복판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전부였으니 건축을 공부했어도 주택에서의 생활이란 건 피상적인 상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건축을 하고 싶었던 것도 어릴 적집에 있던 잡지에서 보던 주택의 사진들 때문이었다. 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파트에서의 일상이 그 사진들 속에선 다른 세상으로 보였다. 간혹 주택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가게 되면 한눈에 이해되지 않는 미로 같은 집의 구조와 높은 천정의 공간은 내 몸속의 무엇인가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이후 건축과에 진학해 건축을 공부하고 관련된 일들을 했지만 내 집을 짓는 다는 생각은 먼 훗날의 일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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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짓는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시공 업을 하시는 장인어른은 아파트는 불편하다고 늘 주택에 사셨는데 어느 날 나란히 집을 지어 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아마도 결혼을 했어도 하나 뿐인 딸을 옆에 두고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는 생각을 딸아이의 아빠가 된 후에 미루어 짐작 할 수 있게 되었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만나 결혼하게 된 아내도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한터라 우리는 이런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건축을 공부했다지만 실무라고는 대기업에서 몇 년의 직장생활과 호기롭게 시작해서 1년 동안 하나의 일도 하지 못했던 설계사무소 경험, 멋모르고 시작해 역시 1년 만에 망해버린 레스토랑 운영 경력, 이제 간신히 학교에서 강의를 조금 한 것이 내 경험의 전부인데 어떻게 설계를 하고 집을 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장인어른은 우리 집은 내 스타일로 만들어 보고 당신의 집은 당신 스타일로 만들어 보시겠다고 했다. 은근한 경쟁구도가 형성되었고 30년이 넘는 현장 경험이 있으신 장인어른과 학교에서 배운 건축이 전부인 완전 초보 건축가의 대결구도는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오는 상황이나 그 당시엔 결의에 차서 잘 해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d8dc5bfcdd92c311169d939274cb8f72_1553515                                                                             주택을 짓고 얻게 된 겨울 풍경  ⓒ 석정민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행정적인 것과 시공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건 주변의 도움을 받아 공부해가며 해결하자고 생각했고 건축을 공부하던 학생 때로 돌아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설계하기 시작해 근 1년을 매달려 설계하고 또다시 1년여의 시공 과정을 거쳐 우리 집완성된 것이 2009년 여름 무렵이다. 이제 이 집에서 산지도 9년이 되었고 그 동안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고 이집은 아이들이 기억하는 첫 번째 집이자 그 들이 경험한 세상의 기준이 되었다. 다른 많은 일들처럼 주택을 짓는 일은 학교에서 배우는 주택 설계와는 분명 다른 영역이고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계 할 때 가졌던 생각과 살아보며 겪어가는 것 사이에는 그러길 잘 했다는 것과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조금은 다른 환경에서 성장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이른 시기에 집을 지었던 것이 우리 부부의 괜한 욕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건축가로서 만이 아니라 주택거주자로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집을 짓는 것이 어떤 것이고 또 그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집을 짓고자 하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 건축가로서 내 집을 지으며 겪었던 실수와 10년 전의 초보 건축가인 나를 지금의 내가 돌아보며 그 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과 아쉬운 것들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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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ouse 야경. ⓒ 석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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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이 만들어낸 경치는 언제나 평온하다.  ⓒ 석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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