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늙은 집 이야기 5_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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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후즈 작성일19-06-26 11:28 조회5,0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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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호현은

대전에 위치한 국립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네덜란드 건축사로 스노우에이드 대표 건축가이다.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였다. 2007년에서 2년여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아내 김현주와 함께 집을 짓고 10년 가까이 주택에 살고 있으며 2012년부터 스노우에이드란 이름으로 아내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디자인 미술관에서 수여하는 국제 건축상을 받았고 2017년 K 디자인 어워드 수상, 2018년 이탈리아 A 디자인 어워드 실버 어워드를 수상했다.

 

 

 

[ 순서 ]

 

 
Ⅰ.초보건축가의 자기 집 짓기

 

 

Ⅱ. 어떤 집을 생각 하나요
 1. 현장을 보다 -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땅
 2. 막연한 설계를 시작하다 - 새로운 건축주 아내의 등장
 3. 설계를 완성하다 - 누가 나 좀 도와주세요!​

 

Ⅲ. 새로운 시작 – 집을 만들어 볼까요
 1. 공사의 시작 - 땅을 파기 시작하다
 2. 집자리 잡기 - 도면이 바닥의 패턴이 되다
 3. 기초와 골조의 시작 -  봐도 잘 모르겠는데
 4. 외부 마감공사의 시작 - 도면과 다른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Ⅳ. 끝난 줄 알았는데 – 실내는 어떻게 할까요
 1. 인테리어 공사의 시작 -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2. 자재를 찾아다니다 - 건물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다.
 3. 시공에 간섭하기 -  모르면서 우기기, 디자인이 중요하다
 4. 조경 만들기 - 건물이 끝나면 끝난 줄 알았는데
 5. 드디어 완성! - 사진 찍고 잡지사에 보내볼까​

 

Ⅴ.  주택에 살아 볼까요
 1. 꿈에 그리던 집에서 첫날밤 - 눈 뜨니 나무가 보인다.
 2. 살아보니 - 집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3. 로맨틱한 상상과 현실의 격차 - 아이들 중심의 삶
 4. 불편함으로 얻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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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주택에 살아 볼까요

1. 꿈에 그리던 집에서 첫날밤 - 눈 뜨니 나무가 보인다.

건축가로서 이런저런 일들을 마치고 이사를 하고 거주자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첫날밤을 보냈다. 그동안 ‘현장’으로 ‘일’로 늦게까지 있어보긴 했지만 해가 진후 오랜 시간을 보내긴 처음이었다. 작업자들로 북적였던 공간이 그렇게 고요하고 텅 비게 되니 비로소 우리 집이구나를 실감하게 되었다. 밤에도 도시의 밝은 불빛에 익숙했는데 주변이 깜깜하고 집안도 어두컴컴하니 – 하얀 불빛을 싫어하고 너무 밝은 것도 싫어하는 아내와 내 성향에 따라 – 숲속에 외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주택에 사는 느낌이구나! 첫날밤을 보내고 아직 커튼이 없어 아침햇살에 일찍 잠을 깼는데 눈을 뜨니 안방 창밖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와 소나무가 제일 먼저 보였다. 아파트에 살 땐 눈뜨면 무엇이 보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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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9첫날밤을 보내고 아직 커튼이 없어 아침햇살에 일찍 잠을 깼는데 눈을 뜨니 안방 창밖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와 소나무가 제일 먼저 보였다. 보이고 또 들렸다. 아파트에 살 땐 눈뜨면 무엇이 보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2. 살아보니 - 집도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처음 입주해서 흥분된 마음과 2년여를 매달린 작업이 끝나니 허무한 마음이 교차하던 시간이 지나고 Z-하우스에서 보낸 시간이 9년이 되었다. 이제 집도 꽤 낡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가장 많은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전기와 설비인데 싸구려 조명을 사용했다가 전구가 과열돼서 터지거나 인터폰이 먹통이 되고 현관문을 열어줄 수 없는 경우 등이 있었고 1,2층의 보일러를 1층 보일러실에 설치했는데 2층 용 상향식 보일러는 매년 겨울 한 번씩 고장이라 온 가족이 1층 거실에 이불 깔고 자야 하는 추억도 만들었다. 한겨울에 너무 추워 변기 배관 속물이 얼어 변기가 안 내려가는 황당한 상황도 경험했고 주방 수도관의 연결 부위가 파손돼 주방이 물바다가 된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이 주택을 지을 때 전기, 설비 작업자는 가급적 가까이에 계신 분들로 추천드리는데 살면서 꽤 자주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8밖을 내다보면서 목욕을 한다. 혹여 보일까 하는 걱정이 없지 않지만 창밖의 나무들이 셔터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다. 탕에 몸을 담고 하늘이며 나무를 볼때 '집 참 좋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단독주택에서 누리는 자연의 선물 

 

 

 

 

우리 집을 설계하며 다양한 재료들을 써보려고 했는데 외장으로 사용한 적삼목은 햇빛과 비를 맞는 부분은 색이 변해 지저분해지고 나무의 특성상 시간이 가면 조금씩 틀어지고 변형될 수밖에 없다. 돌을 사용할 경우는 백화현상을 조심해야 하는데 시간이 가면서 뒷면의 시멘트에서 하얀 석회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북쪽에 사용된 현무암 위로 이끼가 자라며 주변의 녹색과 동화되는 모습이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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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하부에 백화현상이 생겼다. 돌을 사용할 경우는 백화현상을 조심해야 하는데 시간이 가면서 뒷면의 시멘트에서 하얀 석회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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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해서 사이가 벌어진 지브라목 계단재. 인테리어에서 재료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어디에 설치되느냐에 따라서 장점이 극대화되거나 단점이 노출이 된다. 그 간격을 아는 것이 참 어렵다. 경험이 매뉴얼보다 값지다.

 

 

 

 

 

실내 재료도 마찬가지인데 거실과 방바닥에 사용된 마루는 웬지목이라는 짙은 색의 나무인데 햇빛을 강하게 받는 창가 쪽은 색이 바래서 밝은 갈색이 되어 버렸다. 입구 복도와 주방 그리고 지하에 사용된 대리석은 물을 먹거나 하면 약해져서 조금씩 부서지기도 했고 난방을 하면 달궈지는 데 오래 걸리지만 서서히 식어 열을 오래 보존한다. 안방 욕실에 사용한 타일의 경우가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변형도 없고 청소도 쉬우면 난방에도 좋아 집을 설계할 때 많이 권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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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목이라는 짙은 색의 나무인데 햇빛을 강하게 받는 창가 쪽은 색이 바래서 밝은 갈색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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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욕실에 사용한 타일의 경우가 가장 만족스러웠는데 변형도 없고 청소도 쉬우면 난방에도 좋아 집을 설계할 때 많이 권해드리고 있다.

 


3. 로맨틱한 상상과 현실의 격차 - 아이들 중심의 삶


우리 집을 설계할 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부부 중심의 삶을 생각하며 설계했다. 로맨틱한 상상으로 밖을 내다보는 욕조와 리조트에서 본 노천탕까지 만들었지만 욕조는 이내 아이들의 차지가 되었고 노천탕은 써보기도 전에 낙엽과 먼지로 뒤덮여 결국 데크로 덮어야 했다. 수영장은 못 만들지만 작은 연못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 1층 화장실과 거실 사이 외부에 만든 작은 수공간은 처음 사진을 찍을 때 몇 번을 제외한 곤 물을 채우지 않았다. 리조트에서 보는 깔끔하고 정돈된 외부공간은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웠다. 청소와 관리를 하지 않으면 이삼일 만에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8매일 리조트에서 사는 것처럼 살아보자고 계획한  노천탕. 한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청소만 몇 십번 한 것 같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낭만적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은 것. 지금은 데크로 덮어 버렸다. 청소일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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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 이사를 와서 우리 아이들이 기억하는 집이라는 공간은 대부분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계단이 많아 어릴 땐 걱정도 했지만 금방 적응해버린 아이들은 한 번도 다친 적이 없다. 가끔은 아이들 친구들, 부부의 친구들과 그 아이들을 초대해 바비큐도 하고 커다란 튜브 수영장을 사다 물을 채워주고 놀게도 하지만 사실 주택 하면 떠오르는 이런 낭만적인 모습은 지난 9년간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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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두 아이가 자라났다. 다른것은 다 차치하고 그 아이들에게 평생 간직할 소중한 것을 준 것같아 뿌듯하다. 매일 경험하는 자연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런지 잘 모른다.  유년시절 잠시 경험했던 자연들이 여전히 마음속에서 소중한 조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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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편함으로 얻는 것들​​​

자연과 함께하는 주택의 삶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봄이면 민들레 홀씨가 날려 잡초들이 무성해지고 조금 지나면 소나무들이 송홧가루를 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새싹이 돋는 나무들과 꽃을 보며 지낼 만하면 이내 더워지며 날벌레들이 기승이다. 한여름 때양볕에 잔디를 깎아야 하고 비라도 오려고 하면 배수구에 낙엽이 쌓이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밤중에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낙엽 하나가 지하 선큰 데크 배수구를 막아 지하에 물이 차버린 적도 있었다. 가을이 되면 낙엽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큰 나무가 많아 좋긴 하지만 그 나무들이 벗어던지는 낙엽들을 치우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 집은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와야 하는데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차가 올라올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지경이 된다. 다음날 눈이 온다고 하면 언덕 아래로 차를 옮겨놓지 않으면 아침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8눈 내리는 마을.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차를 옮겨 놓아야 하는 걱정이 든다. 눈. 보기좋고 기다려지는 나이가 지나면 뒤치닥거리가 귀찮은 나이가 된다.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눈 내리는 풍경은 참 멋있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주택에 사는 것이 생각처럼 멋진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다시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주택이 주는 포근함과 고요함이다. 집과 학교,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하지만 한낮에 홀로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 고요한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 세상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것 같다. 전화만 울리지 않는다면.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8마당 곧곧에 펼쳐진 거미줄의 향연. 아파트에 살며 벌레 한 마리에도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숱한 벌레들과 동거를 한다. 내 집에 그들이 온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들 삶 속으로 들어가서 사는거다. 정겹다.

 

05a89e3152234ef61476d8545657238d_1561509마당. 늘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늘 거기서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다. 거기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마당. 비와 이슬, 서리, 눈을  곱게 받아 선물로 준다. 애써 가꾸려 하지 않아도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위대한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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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의 모습이다. 많이 젊었다. 지금은 집과 함께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집도 나도 세월을 묻히며 살고 있다. 세월이 간다는 것이 꼭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은 세월의 편안함을 얻었고 나는 숱한 경험을 얻었다. 참 소중한 10년을 살았다.


 

 

 

주택 인테리어 시공을 위한 팁!

 

 

● 가까이에 전기/설비 수리 도와주실 분을 알고 있기.

 

 

 

 


● 마당의 잔디를 가꾸는 일은 무척 어려움으로 신중하게 생각할 것.

 

 

 


● 벽난로, 바베큐 그릴 등 관리가 필요한 장비들은 누가 관리할 것인지 미리 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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