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 마을 교회
본문
Design: asylum
Location: 65-5 Yangdong-ri, Gangdong-myon, Gyeongju-si, Gyeongsangbuk-do, Korea
Site Area: : 2,093.00㎡
Buliding Area: 390.84㎡
Total Floor Area: 381.80㎡
Structure: RC
Finish Material: Brick
Project Year: 2005
Photogrpher: WanSoon Park
오랜 시간 장소에 물들여진 선명한 의미들이나 그 배타적 교리를 일종의 건강한 억압으로 인식하고 순순히 이에 대해 비껴 설 길을 모색해 본 작업의 기록이다. 장소가 이른바 역사성으로만 뚜렷이 점철된 편협한 존재라면 그 영역 내 이질적인 현대 사회의 건축 행위에 대해 당연히 행사하는 지시나 명령은 필연이며 그 내용 또한 짐작키 쉽다.
이를 숨죽여 가며 각도를 유지한 채 거스르거나 한편 한없이 낮은 어조로 되돌아 접근해 보았던 일은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는다. 사실 복잡한 경로를 통해 얼떨결에 떠맡듯 하게 된 일인데다가 민-관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서로 건축주 연(然)하는 세력들이 많아 지금도 소통의 창구와 관련해 혼란 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분명 하나의 지형적 물리적 실체임에도 어찌 보면 현대의 양동 마을은 이름처럼 과연 일상의 톱니바퀴가 외부와 긴결히 물려진 커뮤니티라 하기엔 부자연스런 면이 있다. 오히려 잘 닦이고 거듭 먼지가 털려나간 일종의 전시용 문화유물(showcase)에 가까움을 부정키 어려운 것이다.
이 지역의 얼어붙은‘시간' 은 언제부턴가 단지 섬약한 존재로만 다루어지며 혹 거의 두서없는 보호 본능과 배타의 눈길에 싸여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 '시간'이라는 것이 때로 위압에 찬 도그마로 새겨진 채 이에 새로이 개입하려는 낯선 시간과 공간의 챕터에 대해 더 이상 조화나 친화의 틈조차 두려 들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그 도그마는 마을 기저에 자리 잡고 앉아 있던 기존의 그림 같은[이 역시 그대로 잘 닦아 써도 보다 큰 그림에 그다지 해가 될 성 싶은가 하는] 근대주의 풍 교회마저 발치(拔齒), 지금의 대지로 이전 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결국 그 준엄한 영역의 밀려난 변경 한켠으로 신도 40여명, 백 평 남짓의 소박한 이 마을 교회는 조촐한 재 편입을 탐색케 된다. 사실 어디선가 오늘도 하나의 비대한 교회가 만들어지고 있음이 틀림없는 개신교 초강국 우리의 현실로 따지면 이 교회의 규모나 체구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왜소한 편이다.
그런데도 이 가냘픈 기획과 프로그램은 우리 시대의 걱정 어린 해당 권력이나 지나치게 많은 '어른’들, 자칭 주인 들, 등이 돌아가며 그 도면서식을 들추며 살펴보는 경로를 거친다.
그들의 혐의 가득한 눈초리들 사이를 곡예 하듯 빠져나가는 동안 건축의 형식과 내용은 위축을 거듭하고 어느새 이름 모를 손때들로 헤지고 닳아있었다.
비록 그 자취가 미약한 하나의 건축 행위임에도 역시 사안은 극도로 민감하게 또 어지러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배후 영역에 자리한 이 역사 기념 적 실체가 드물게 지닌 컨텐츠나 시간성이며 이에 함유된 밀도나 순도가 새삼 얼마나 높은가를 생각게 하는 일이다.
마침 지형 상 본 대지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가시권이랄 수 없는 낮은 위계와 외곽 언저리에 있다는 점, 또 이 사건을 충분히 작고 익명적이며 평이한 건축적 에피소드로 마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유물마을의 의미가 띠고 있는 고유의 강력한 자성(磁性)이나 극성(極性)과 연관 지어 이 작업이 취해야 할 하등 긴장이나 조화, 양식이나 구법 따위의 제반 논점 자체를 간단히 우회 하자는 뜻이다.
건축이긴 하나, 무심한 눈길들로 하여금 그것이 건축임을 깨닫게 되는 일을 애써 방해하는 언어들, 여기에 개체의 존재감이란 것이 한없이 희석되거나 소거되길 노리는 스키마(schema)를 가동시켜본 것이다.
건축으로 하여금 이 소중한 유물들의 진열장 밖 보다 큰 시야, 외곽 전원의 정경 속으로 차츰 걸어 나가도록 한 것이랄까.
묘한 수수와 방관의 심정에 싸인 채 윤기 잃은 시선으로 풍경이 이루는 빛과 선들에 의해 자신의 외피와 그 톤, 외곽선 따위들을 순순히 탈취당하는 그 어느 순간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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