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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박완순

Location

경기도 파주

Material

시멘트, 유리

ibidem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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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asylum
Location: 93-40, Heyrimaeul-gil, Tanhyeon-myeon, Paju-si, Gyeonggi-do, Korea
Site Area: : 474.00㎡
Buliding Area: 163.22㎡
Total Floor Area: 480.61㎡
Structure: RC
Finish Material: Exposed Concrete, Clear Glass
Project Year: 2004
Photogrpher:  WanSoon Park​

 

 

격(格)

 

장소의 格.   건축행위로 일컬어지는, 어떤 뜻하지 않은 자극이 일어나기 전의 장소는 그저 검붉은 표토로 겨우 자취만 알리고 있었던 처녀지(處女地)였다.  그럼에도 장소는 분명 전원적 트임의 심성으로, 한편으로는 일종의 단정함 이랄까 등으로 읽혀질 만한, 나름의 格을 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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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의 건축 행위가 굳이 필연이라면 위의 장소적 格이 지닌 본질에 눈을 두기로 했다.   ibidem이란 라틴어가 작업의 총체적 단서로 마음 끝 어디선가 걸리게 된 순간도 장소를 최초로 거닐던 어느 무렵이었다. ‘바로 같은 곳에’[at the same place]란 뜻을 갖는 어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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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의 건축적 공간적 기획이 끝없이 비추어 보아야 할 깊은 우물의 수면이기도 하다.   ibidem은 건축이 장소의 格에 무심코 가할 지도 모를 흠을 되도록 줄이고 제한된 표정과 언어들을 헤아려 쓰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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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언(寡言)의 정서와 고요한 시선과 낮은 음성의 서사로.   좀 더 물러선 시야로 둘러보면 헤이리란 이 마을은 곧 유사한 프로그램과 비슷한 규모의 무기물의 덩어리들이,  그들의 변종들이 버섯처럼 피어올라 덮어버릴 캠퍼스이기도 하다.  까마득한 시간을 숨죽여 견뎌오던 이 영역의 원시성이나 야성을 지그시 누르고 이의 가상 면 위로 새로운 규格의 선들이 이미 그어진 바 있으며, 이를 기준으로 조심스러우나마 외과적 수술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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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들에게 있어서는 각기의 국지적 시술에 따른 일정한 내용에 대해서 일정한 약속을 지키는 格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식음(食飮: 카페 시설)과 문화적 행위(전시시설)와 전원적 삶(3층 주거),등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은 한 장소에 세 가지 다른 패턴의 공간적 이벤트들이 직조하면서 마찰한다.  오히려 이들의 마찰을 통해 다채로운 格의 장(場)을 발생키 위한 기획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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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험이나 시간의 格이란 각기 정적(靜的)이고충분히 느림으로 그득한 어떤 것들이리라 자연스레 규정되었다.   한편 고요함과 느림이란, 대상에 대한 경험의 주된 본성이 시간을 두고 공간의 안팎에 스며들어갈 길을 고루 터주는 일이 작가의 몫으로 남는다.  물론 여기에 이 집의 주인 되는 인물의 格이 배어들 외관 이미지나 물질, 조형상의 제스츄어 또한 빠트리지 않고 묶어내는 과정도 더해진다.  존재의 格이 장소의 그것에 튜닝 되어가는 과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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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隔)

 

거리 둠.   대상들 간의 거리.   거리감의 테마는 이 작업을 통해서도 공간의 조직과 관련한 기획의 중추에 심어진다. 장소가 발하는 본연의 언어들 내지는 프로그램 내부의 마찰들이 거리감과 연관한 하위 주제들, 또 이들의 번식을 다이어그램 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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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시로부터 떨어져(secluded) 있으나 도시의 문화적 습윤함만큼은 기록하려는 본능에 의거 뭔가 굴곡된 패턴의 공간적 물질적 장치들이 이 전원적 건축에 조직되었다. 이는 건축이 도시의 다난함, 자연의 고요함 어느 경험으로부터도 공히 거리(隔)를 두게 하려는 기획의 팽팽함이며 때문에 예의 구축 언어 상의 굴곡은 필연으로 몰아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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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규모의 몸체임에도 건축이 그 내부에 식음(食飮), 문화, 거주 등 다소 이질적인 세 프로그램들 간의 순탄한 동거를 꿈꾸는 한 이들 사이에 제법 두터운 인식상의 틈(隔)의 삽입이 불가피하다.  이른바 공간적 에피소드란 삽화가 일종의 프로미나드(promenade)의 형식으로 그 윤곽을 드러낸 채 물화(物化)될 필요가 있던 것이다.  외부와의 경계면, 또는 프로그램 공간들 사이에 격-자연(隔-自然:편의상 머릿속에 지어낸 언어)이란 이격 장치들이 삽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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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층의 데크, 선큰 공간, 중간레벨과 주거의 reflecting pool, 진입부의 데크 브리지, 2층의 일종의 로지아(loggia)형식의 외부 공간 등 비록 즉물적인 틈(隔)의 공간들이나마 주요한 隔-自然의 장치들이다.  특히 표층의 개구부들을 대신하여 다양한 크기와 방식으로 도려낸 네가티브 공간들, 바꾸어 말하면 부유(浮游)하는 형이상학적 공동(空洞: meta-hollow: 역시 임의로 지어낸 언어)들이 덧붙여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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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차원의 隔-自然 장치랄 수 있다.   만일 이 곳에서 장소와 이벤트의 건강한 힘들이 발생한다면 그 비워짐의 윤곽 안으로 이들이 촘촘히 고여 들 것을 기다리려는 의지이다.  여기서 또 한번 물러선 시야로 이 캠퍼스의 귀추를 예감하면, 그저 그만 그만한 내용의 구축체들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단지의 점유 밀도를 높여갈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들로부터 어떠한 형식의 거리(隔)를 지속해서 유지할 때 추후 이 작업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덜 마모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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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에 대한 생각들이 마음속에 지금껏 자릴 잡지 못하고 있긴 하다.  끝으로 이 구축체가 소멸하는 순간 까지 겪게 될 수많은 종류의 시간들을, 이의 메모를, 또 이들 시간의 스팬(span:隔)을 견디게 될 공간과 물질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 장소에 발생하는 모든 추념할 만한 이벤트, 또는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어느덧 무연히 증발해버리는 대신 공간의 모든 면모에 빛과 물질들로 땀땀이 매듭지어 남게 하기 위한 그릇의 의미이기도 하다.  침묵 속에서, 가혹한 기후를 견디며 자신이 목도한 시간들을 증거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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