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in White
본문
ⓒ HyunJun Lee
Design: AEV Architectures
Architect: WooJin Lim
Design Team: YoonSuk Kwak, HoSung Jeon, NaYean Kwak
Location: Goseong, Gangwon-do
Site Area: 848㎡
Building Area: 132.02㎡
Total Floor Area: 196.66㎡
Structure: Bio-Bloc Structure, Light Weight Steel Structure
Finish Material: Hi-Macs Panel
Project Year: 2017
Photographer: YoonSuk Kwak, HyunJun Lee
ⓒ HyunJun Lee
속초주택 인화이트 건축, 빛을 담아내다
자연 그리고 건축
자연이 만들어 놓은 땅에 인간이 개입한 결과를 건축이라고 한다.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 건축은 자연의 장엄함을 대면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건축가가 마주하게 되는 상황 중에 가장 고난한 경우이기도 하다. 부지는 설악의 대청봉과 울산바위를 마주 보는, 속초시와 고흥군의 경계의 분지 끝자락에 자리한다. 대지를 접한 건축가는 경치의 종점이 될 설악의 절경도 아니고 건축의 대상이 될 부지 그 자체도 아닌, 부지와 경치 그사이에 놓인 투명하며 비어있는 거대한 공간, 바로 그 ‘창공’에 매료된다. 하늘, 구름, 평원과 산이 배경이 되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에 수천 가지, 계절 따라 수만 가지로 바뀌는, 이 자연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빛의 잔치에 매료된 건축가는 이 모든 것을 가감 없이 품을 수 있는 궁극의 색. 온전한 하얀색의 집을 짓기로 결정한다.
ⓒ HyunJun Lee
ⓒ HyunJun Lee
ⓒ HyunJun Lee
하얀색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를 꿈꾸게 한 색. 하얀색. 세상의 모든 색의 빛을 합친 종국의 결과가 하얀색이기 때문에 다른 색이 가지지 못한 성스러움이나 추상성마저 획득한, 색인지 빛인지 경계가 모호한 색.
미국의 추상화가 로버트 라이먼(Robert Ryman)은 그의 수많은 연작을 통해 백색도 수많은 종류를 가진 하나의‘색’임을 증명했다. 차가운, 따뜻한, 노르스름한, 회색빛 도는, 뜨끈거리는, 관능적인 등 아티스트가 증명한 하얀색은 수많은 표정이 있는 진짜 색깔이었다. 그러나 캔버스 위에서 자유로운 색의 표현과는 달리, 외기에 노출된 건축에서의 하얀색은 구현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으로 여겨져 왔다. 회색은 오염돼도 회색이지만 백색은 변색하거나 오염되면 백색 그 자체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르 꼬르뷔지에 이후 근대 건축가들의 수많은 시도에도 완벽한 백색 건축의 구현은 요원하기만 했다.
ⓒ YoonSuk Kwak
ⓒ YoonSuk Kwak
ⓒ HyunJun Lee
ⓒ HyunJun Lee
재료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하얀색 건물을 만들고 싶었던 건축가는 국내외 재료와 시공사례를 검토하던 중, 그 동안 내장재로 주로 쓰여왔던 한 재료에 주목한다. 1960년대 초 미국의 화학 회사에 의해 개발된 후 인조대리석으로 알려지게 된 이 재료는 특히 주방의 상판처럼 변색이나 오염의 우려가 심한 곳에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L사의 하이막스 Hi-Macs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건축 외장에 적용하려는 여러 디자이너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외기에 의한 오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혀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파리의 설계 팀과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구성된 서울의 시공 팀 간의 지난한 토론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건축가가 주목한 것은 재료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그 재료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허를 찌르는 건축적 발견이다. 건축 재료 자체가 오염에 내구성이 있다면, 외관을 오염시키는 주원인이 빗물의 흐름에 있다는 점을 간파한 건축가는 패널재를 붙일때 생기기 마련인 가로 조인트(홈)를 과감히 제거하여 물이 고일만 한 부분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 덕에 가장 오염되기 쉬운 부분인 지붕마저 하얀색이 되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한다. 또한 외장 벽체 패널을 구조체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지붕 경사면을 따라 내려온 빗물이 외부에서 내부로(!)흐르게 방향을 바꾸어 버린다.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집은 이런 시공방식덕에 눈에 보이는 외부에는 그 어떤 오염물도 부착되지 않게 되어 정말로 순백의 외관이 유지되는 것이다. 물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도 흐를 수 있는 것이었다.
ⓒ HyunJun Lee
ⓒ HyunJun Lee
ⓒ HyunJun Lee
형태
새로운 재료는 물론, 새로운 백색 건축 구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서 건축가는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지붕재까지 포함한 모든 입면 재료를 통합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집의 형태는 단순한 육면체 위에 박공체가 얹혀 있는 방식이다. 눈 많은 알프스의 전통건축 '샬레'를 떠올리기도 하고, 동화 같은 삼각형 랜턴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는 지붕은 한국의 전통건축에는 거의 쓰지 않았던 60°의 경사를 가진다. 실험을 통해 발견한 이 각도는 백색의 재료의 눈, 비, 대기먼지에 대한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각도였다. 백색의 재료에 쌓인 순수 기하학적 조형성은 결국, 형태나 재료의 유희가 아닌 집 전체가 ‘단 하나의 볼륨 덩어리’(integral volume)로 인지되게 하는 흥미로운 시각적 경험을 가져다준다. 기능적이지만 부가적인 건축적 요소(물 홈통, 난간)는 이 초현실적 시각 효과를 위해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최소화되었다.
실내
기하학적 추상화 과정을 거친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도, 장식이나 내장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고 빛이 주인공이 되도록 미니멀하게 꾸며졌다. 아침에 정원에서 쏟아 들어오는 빛, 점심때 처마에 걸러져 조절된 빛, 설악산의 실루엣과 함께 실내로 스며드는 저녁의 석양빛, 화려한 화초와 식물들을 집 내부로 보내는 밤의 정원 빛 등 외부의 빛 조건에 따라 내부는 팔색조처럼 모습을 변하며 외부와 함께 호흡한다. 마치 거대한 백색의 캔버스와도 같은 이 공간을 통해, 화가인 건축주의 예술적 영감이 자유롭게 공간과 빛속에서 흘러다니도록 유도했다.
또한, 크지 않은 집이지만 이 집 각각의 공간은 자신만의 특성을 도드라지게 가지도록 고안되었다.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움직일 때마다 다른 곳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명확하게 서로 다른 실내 공간과 외부 공간을 거닐다 보면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느껴지길 의도했다. 건축가는 약간의 고립을 감수해야 하는 전원의 생활에 이런 다양한 공간 경험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판단했다. 단순미와 조형미의 매력을 가진 건물의 외형에 부합하는 실내의 콘셉트는 프랑코-스칸디나비아(Franco-scandinave)풍이다. 프랑스 파리의 섬세함과 북유럽의 따뜻하고 단순한 감성이 결합된 이 스타일은 유행의 부침 없이 안목 있는 유럽 디자이너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아름다운 문화/예술적 혼혈의 결과이다.
ⓒ YoonSuk Kwak
ⓒ HyunJun Lee
ⓒ HyunJun Lee
조경
대지의 형태는 지형을 따라 여러 개의 단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대지의 형태에 비해 비스듬한 각도로 안착되는 건물 형태는 자연스럽게 외부공간을 4개로 나누는 역할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 산 아래를 향해 시원하게 열린 전망이 강조된 남쪽 마당 (북유럽식 자연 조경)
- 유실수, 화초 식재와 단 차에 의해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동쪽 가든 (이탈리아 비밀 정원)
- 단 차에 의해 다른 정원보다 1.2m 높아진, 미니멀하면서도 다양한 화초의 조경으로 실내에서 배경이 될 북쪽 정원 (프로방스 정원)
- 그리고 서쪽의 진입, 주차공간까지 향에 따라 제각각의 성격을 분명히 가지는 다양한 외부공간이 생긴다.
상이한 성격으로 확연히 구분된 외부공간은 자칫 무료해질 수 있는 전원생활에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
Plan &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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