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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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studio asylum
Architect: Hun Kim
Location: Jongno-gu, Seoul
Site Area: 352.66㎡
Building Area: 201.37㎡
Total Floor Area: 654.82㎡
Structure: R.C+Steel Frame
Finish Material: Limestone, Anthra Zinc
Project Year: 2010
Photographer: WanSoon Park
#1. dicta
새롭게 어떤 구축이라는 행위가 들어서기엔 장소는 이미 적외선 감응장치의 망처럼 드물게 많은 가닥의 지시와 감시와 억제의 강선들로 포박된 형질을 갖고 있는 곳이다. 북촌이란 영역이 유일하게 윤리적인 행위로 규정하는 건축이란, 그저 비슷한 형질의 개체들을 복제해내는 작업일 뿐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이 북촌이란 지시어는 뜻밖에 하나의 전설일지도 모른다. 혹은 어떤 커뮤니티의 경험이기보다 그것은 단지 관념상의 순도 높은 영역에 그치는 뜻일 수도 있다.
이곳에 오랜 시간에 걸쳐 엉겨 경화된 다공질의 의미층들이 절리(節理)를 이루는 동안, 본연의 현실은 많은 부분 이미 박제가 진행된 건 아닌가 하는 회의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의 변경과 현대 도시의 첨예한 일상(시간적 속성, 행위, 욕구, 풍경 등)이 서로 간 부딪치는 마찰음들이 갈수록 증폭되며 남기는 그 자취들은 어쩔 수 없다. 따라서 '장소'에는 건축행위가 상정되기 진작부터 다차원의 이질적 세력들이 각기 나름의 논리와 언설(dictum)로 얽히게 된다. 제도가 엄하게 발하는, 유연성이 결여된 지시와 낮게 웅크린 인접 커뮤니티 특질의 암묵적 감시, 건축의 양식 관련 역사 문화적 기억의 올곧기만 한 관성, 지리 지형적 강제, 또 이들을 거스르며 욕구에 들뜬 복합 프로그램과 이에 팽만해진 부력 등 그것들은 각자 건축의 형식상 여타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을 억압하는 배타의 dictum들이기도 하다.
#2. impasse
다시 말해 그 무언의 지시 내지는 명령 주체들 간에 서로 화해 혹은 균형의 분자구조는 보이지 않고 각기의 화살은 각기의 과녁을 빗나가면서 장소는 난항(impasse)을 겪는다. 그러는 사이 건축의 좀 더 다채로운 대안의 여지는 애초에 대거 봉쇄되고 만 것이다. 그것이 물질 언어든, 형상 언어든, 프로그램이든, 또 외부공간이든. 그저 위 세력들의 혼성체 속에서 각기 다른 용융점으로 녹아내린 실루엣이 고착되면서 궁극에 건축의 실체를 찍어낼 만한 어떤 주형(鑄型)이 가까스로 자리 잡는 다랄까.
#3. sac
장소는 지역의 몇 가닥 안 되는 본류에서마저 두어 층위 물러나 있는 말단의 조직에, 그것도 일종의 폐색(閉塞)의 형국으로 심어져있다. 이 적요에 싸인 포자낭(sac)은 그곳에 고름처럼 방치되다시피 하며 발치(拔齒)를 기다리던 기존의 우울한 단층 양옥을 포함, 오랜 세월 그 자취나 존재감이란 것의 부재를 겪었을 터다. 또한 비좁은 노폭으로 인해 혈류의 원활한 흐름이 주는 온도감이나 접근성의 결여 역시 불가피하다. 여기서 흐름이 겪는 본연의 장애를 오히려 높은 선도(鮮度)를 겨냥한 필터링으로, 나아가 머무름의 유효한 기저로 변환하는 장치의 발생은 큰 역설적 의미를 띤다.
같은 뜻에서 경험 주체의 인식과 행위 두 영역 모두 밀도 있는 관계를 노려 건축이 우선 거의 모든 접면에서 외부로 신경망의 촉수를 내밀게 했다. 또 이의 물성은 주변의 지배적인 색감 및 질감특성 속으로 적극적으로 숨어들게 했을뿐더러 시선의 전반적 흐름은 수직적 공간 구성으로 위상을 전환해 유도한 것이다. 하부로 깊은 비움과 빛이 고이게 하는 단면의 기획 역시 얼핏 이 포켓에 잠긴 듯한 장소와 건축에서 뜻하지 않은 정서적 심연이 발굴되게 하려는 뜻이다. sac은 시간에 걸쳐 sack의 의미로 진화하기 위한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4. parataxis
상대적으로 콤팩트한 볼륨에 비교적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복합이 과업으로 주어졌던 건축이다. 주거, 문화, 전시, 작업, 식음, 디스플레이 등.
작업 과정 내내 각기 그 점유의 위상들이 다투듯 번복되며 쉽게 안정되지 않았던 기억을 한다. 이들을 한 덩어리 구체에 유효하게 썰어 넣기 위한 전략으로 특정 공간들 간 이른바 단도직입적인 연계를 들이밀어 보았다. 마치 채널이 변경되듯 각 공간의 경계는 단지 개개인의 의식 속에서만 스치듯 왔다가 사라질 것이다. 한눈에 그 의아함이 감지되기 쉽지 않으나 결국 이 건축의 공간적 내러티브는 차라리 도입부가 의도적으로 잘려나간 많은 에피소드들의 모음에 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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