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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Studio_GAON

Photographer

박영채

Location

강원도 속초

Material

목조

Aleph in Domoo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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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studio_GAON

Architect: Hyungnam Lim, Eunjoo Roh

LocationSokcho, Gangwon-do

Site Area: 707
Building Area: A_144.01㎡, B_59.54

Total Floor Area: A_144.01㎡, B_​88.3

Structure: Light Weight Wood Frame, Timber

Finish Material: Timber
Project Year: 2014

Photographer: ​YoungCha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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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에 나오는 ‘알레프(El Aleph)'는 지구의 모든 장소들, 모든 별들과 등불들, 모든 빛의 원천이 들어있는 곳을 의미한다. 또한 히브리 어의 첫 글자이자, 모든 기억들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도문동에 지은 주택은 마치 알레프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기억과 장소를 공유하는 작업이었다. 그 과정은 서로 다른 조각들을 맞추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내는 퍼즐 놀이와도 비슷했다. 어느 날 속초에 집을 짓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다. 집을 지을 곳은 설악산으로 들어가는 길 변에 있는 도문동이라는 오래된 동네 안에 있었다. 도문동은 도(道)로 들어가는 문(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문동은 속초에서도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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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무척 넓었고, 한 구석에 열 평정도 되는 낡은 집이 한 채 있었다. 그 집은 외장을 회벽이 아닌 나무 널로 둘러 주변의 다른 고옥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안은 밭 전(田)자 모양으로 방을 겹쳐놓은, 추운지방 고유의 주거형태인 겹집이다. 오래된 나무 외장은 세월이 쌓여 멋지게 변색이 되어 있었고, 녹슨 철판 지붕은 낡았지만 집과 한 몸이 되어 자연스러워보였다. 조금만 손을 보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살아도 될 정도였다. 보통은 집을 둘러싸고 있는 내부 벽이나 천장을 뜯어내다보면 타임캡슐을 묻어놓듯이 대들보에 집을 지을 때 써놓은 상량문이 나온다. 혹은 기타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 그 집을 지은 연대와 정보를 알게 되는데, 이 집에는 상량문도 없었고 어디에도 집의 연대를 추정할  단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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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지나가다가 문득, 여기서 자기가 태어났으며 이 집은 약 백여 년 전 설악산 울산바위 근처 암자에 있던 요사채(승려들의 숙소)를 옮겨와 지은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 집은 알고 보니 백년이 훨씬 넘은 집이었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 공사를 하는 중에 이 집에 두 명의 성주신(집을 지켜주는 가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울산바위 앞 암자에서 집을 옮겨 올 때 따라온 성주신이고, 하나는 여기 도문동에 옛날부터 살고 있던 성주신이다. 그런데 암자에서 온 성주신이 위계가 더 높아서 사사건건 도문동 성주신에게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고 우겼다고 한다. 심지어 집을 툭툭 발로 차며 위협하며, 이 집이 완성되면 도문동 성주신 보고 이 집에서 나가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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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모두 목수가 자다가 꾼 꿈 이야기이다. 백 년이 넘은 집이라는 이야기에 자극이 되어 그런 꿈을 꿀 수도 있지 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목수나 집주인이나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마치 현실에서 있었던 듯,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목수는 어느 날 밤, 꿈에서 도문동 성주신을 만나 집을 잘 고쳐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그리고 이 공사가 끝나면 자기가 설악산 암자 성주신에게 내쫓긴다며, 일을 다 끝내지 말고 조금 남겨놓으라고 당부를 했다. 잠에서 깬 목수는 꿈이 너무 생생해서, 사실은 일이 너무 힘들어 중간에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돌려먹었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집을 다 지으면 마루와 방에 두 개의 신주단지를 모셨다가 새 집이 지어지면 도문동 신주단지를 옮겨가기로 했다. 아무튼 세상에는 우리는 모르지만, 보이지도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무척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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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땅이 가지고 있는 과거를 복원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거의 다 와 가는 시절에 집이 다 고쳐져서 사람들을 모아 고사를 지낼 무렵, 그 곳에 눈이 무척 많이 왔다. 그리고 그 날 밤에 갑자기 어디선가 호랑나비가 나와서 집안을 맴돌다 하룻밤 머물고 갔다고 주인이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믿지 않을 듯해서였는지 동영상으로 찍어온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성주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집을 짓는 것이나 땅을 만나는 것이나 아주 신기한 인연의 끈이 당기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헌집을 허물어 주차장으로 쓰려고 계획했던 건축주가 우리와 만나며 집을 살리게 된 그 일련의 과정이 단순한 우연의 결과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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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을 살려내는 일을 할 때마다, 오래된 집에는 아주 복잡하고 깊고 깊은 자아(ego)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보통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땅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 양보하며 서로 자기주장을 하는 일이다. 마치 아주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일과 같다. 그런데 오래된 집을 고치는 것은 땅과 건축주와 건축가 이외에, 집이라는 또 다른 자아가 끼어들어오는 일이며 방정식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럴 때 건축가의 역할은 사이에서 이야기를 듣고 말을 전달하며 종합하여 서로 의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결과물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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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동 옛집은 신들이나 주인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 수 없지만 말끔해지고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옛집을 고치며 건축주는 원래 크고 딱딱한 형태로 짓고자 했던 새집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막연히 큰 집, 튼튼한 집을 그리던 것이 삶에 적당한 크기와 편안한 재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원래 있던 집의 모양과 닮고, 집을 에워싸고 있는 산들과도 비슷한 모양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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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을 두 채로 나누어 모두 남향으로 햇빛이 잘 드는 집이 되도록 하고, 일자로 길게 방들과 부엌을 배치한 안채와 거실 겸 음악실, 다락을 겸한 사랑채를 배치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땅에 세 채의 집이 마치 산봉우리처럼 땅위에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 집을 짓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기도하고 예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시간과 기억의 얼개 위로 인간과 땅의 의지가 얹히며 현재와 미래가 입혀진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이란 아주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구조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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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우리를 어디론가 들어가게도 하고 나오게도 한다. 창은 시선이 넘나들고 문은 공간이 넘나든다. 건축은 넓은 의미에서는 어디론가 들어가는 문이다. 그 문은 엘리스의 그루터기처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 건축은 세상과 가족의 경계, 혹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경계를 넘나들게 해주는 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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