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을 그리다_ 2000년 전 '미니로마' 파리#008

페이지 정보

디자인후즈 작성일16-04-03 15:33 조회1,298회 댓글0건

본문

e2954cfe53c89bba656661f69e2af57c_1460984 

 ⓒ 권현정

 

 

3월 중반까지도 으스스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4월이 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꽃들은 여기저기에서 봉우리를 터트리고,
햇살은 순식간에 따뜻해졌다. 2006년 봄은 이렇게 갑자기 왔다!
천변에는 노란 개나리가 머리를 흔들고, 벗꽃은 남쪽에서부터 서서히
'만개 세레모니'를 펼치며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봄이 어디 장소를 정해 놓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기에,
발끝까지 다가온 봄을 만나러, 동네와 도시를 걷는다. 
따뜻한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도시를 걷다 보면,
일상에서의 잠깐의 여유가 얼마나 달콤한지…,
현재 쌓인 일을 잠시 잊고 햇살에 몸을 맡긴다!​

 

                                                               *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에는 시테라는 섬이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의 배경인 노트르담 성당과 ,
마리 앙투와네뜨가 투옥되었던 꽁시에주리,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이 나온
퐁뇌프 다리도, 여기 시테섬에 있다.
이곳은 이야기와 역사의 배경만이 아니라, 현실생활에 중요한 법원이 위치해 있다.
개인적으로 법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기에 법원 근처에 갈 일이 없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일을 하였다든지, 공부를 잘 마치고 졸업을 하였다든지 하면,
아포스티유를 받기 위해 여기 법원에 꼭 들렸다가 귀국해야 한다. 아님 후회한다!
관광객들은 지하철 시테역에 내리면 무조건 노트르담 성당부터 찾아가는데,
성당이 웅장하고 유려한 아름다움이 있다면, 역 뒤 작은 광장은 신비한 세상이다. ​

 

이 작은 광장에는 아기자기한 새장이나 특이한 정원용품들을 파는 상가들이 몰려있는데,
시장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다 보면, 앨리스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바람이 불 때면, 상가마다 걸려있는 풍경들이 다양한 맑은 소리를 내고,
정원이나 창가에 둘 작은 인형들은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마법을 걸어
다른 세상에 데려갈 것만 같다. 다른 세상으로 통할 것 같은 길은 바로 그곳에 있다.
새를 파는 시장과 노트르담 성당 사이의 길! 
그 길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며, 2000년 전부터 있었던 길이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걷다보면, 2세기 파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

 

지금은 시테 섬 한가운데 서있으면, 강북으로 가서 귀족적인 풍경의 마레지구로 놀러갈까?
아니면, 강남으로 가서 소르본 대학가와 서점들 찾아 라땅지역으로 놀러갈까? 고민을 하게 되지만,
만일 200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주저없이 남쪽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당시 강북은 진흙으로 기와를 굽거나, 밀을 심고 소를 기르던 곳이였다.
지금은 예술가들의 언덕이라 불리는 몽마르뜨 언덕도, 당시에는 멀리 여행과 장사를 하러
떠나는 사람들이 안녕과 사업 번영을 빌기 위해 들르는 머큐리신전이 있었을 뿐이다. 

 

다리를 건너 시내로 들어오면, 먼저 보았던 클루니 공중목욕탕이 보이고,
같은 길에 좀 더 멀리 원형극장이 있다.
대로변에는 공공건물과 개인소유의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데,
개인 소유의 건물높이가 도로 너비의 두 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이 있었기 때문에
길에는 언제나 햇빛으로 가득했다. 또한 대로를 향해 있는 건물의 소유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편의와 보호를 위해 보도를 만들어야 했다.
  
대로변을 따라 내려오면, 가로길과 세로길이 딱 교차하는 교차점이 나온다.
그 교차점에 일반건물과 달리 규모가 큰 건물이 들어서 있다.
도시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수도 로마는 물론이고, 로마가 정복한 지역마다 세운 도시,
그 중심에는 항상 이 포룸(Forum)이 있었다.
포룸은 카이사르가 창안한 라틴어인데, 번역도 애매해 그냥 포룸이라고 부르면 된다.
 
포룸은 네모난 직사각형의 큰 광장으로 2층 높이의 열주식 회랑이 광장을 감싸듯이 에워싸고 있다.
포룸 광장 한쪽 끝에는 신전이 위치하는데, 이 신전에는 로마신중 가장 중요한
세명의 신(주피터, 주노,미네르바)을 모셨고, 광장 서쪽으로는,
당시 법정에 해당하는 바실리카 건물이 있었다. 신전 반대편에는
시 평의회나 행정기관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래층 광장의 긴 갤러리에는 올리브기름, 방향제, 장식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도로를 향하도록 하였고,
포룸 한 모퉁이에는 사설학원 형식의 학교가 있었는데, 이 지역의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등교를 하였다.
  이 포룸이라는 곳은, 도시가 운영되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었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 도시의 시민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거쳐가는 곳이였다.

 

포럼에 가서 시장도 보고, 공고문 읽는 것도 들으며,
시민들은 도시에서 무슨일이 일아나고 있는지 함께 공유하는 곳이였다. 무언가 고민거리가 생겼을 때,
포럼의 신전에 가서 신에게 고하며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바실리카에서 힘이 아닌 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곳은 신과 만나는 곳이자, 법정이기도 하며, 시의원들을 만나 회의를 하거나, 대중 앞에서
무언가를 함께 결정하기도 하고, 발표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함께 사는 도시에서 생긴 문제들은 사람들이 자꾸 모여 이야기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 복합시민공간의 물리적 바탕이 이 포룸이였다.
 - 실제로 이렇게 순수한 기능을 가진 포룸은 로마보다 속주도시에서 더 잘 나타난다.
로마에서는 건물자체의 특징과 기능보다는 그 장소가 워낙 상징적인 곳이기에,
황제들은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한 건물을 하나씩 건립하였다. -  ​

 

 

뤼테시아 전경

85b0e25bd376faf26e2fde220f2f5003_1459664 

ⓒ 권현정 

 

도시의 남쪽 공간 중심에는 도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도교 교각이 보인다.
수도교 교각 끝에는 물을 분배하는 저수조가 있다. 이 저수조의 물은

도시의 분수, 화장실, 목욕탕, 그리고 혹은 부자집으로 흘러갔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원형경기장이 도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이렇게 세세하게 ‘로마식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로마가 정복한 속주국에는 이와 비슷한 ‘미니로마’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대도시들은 이런 ‘미니로마’가 발전한 경우가 많다.
파리는 뤼테시아 파리시오움( Lutetia Parisiorum)라는 도시였고, 런던은

론디니움(Londinium)이였다. 지금 템즈강에는 든든하게 생긴 런던 브릿지가 있지만,

그곳에는 나무로 된 다리와 로마식 도로가 있었다.


계속​......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