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을 그리다_로마식 온돌 #003

페이지 정보

디자인후즈 작성일16-03-01 17:45 조회938회 댓글2건

본문

e2954cfe53c89bba656661f69e2af57c_1460984 

 ⓒ 권현정

 

어릴 적 보았던 광고 중에 기억에 남는 광고가 있다.
가물가물한 기억에서도 선명한 것은, “로마시대 청동으로 만든 보일러는 지금까지 잘 보존되었습니다.
OO보일러는 청동으로 만듭니다. 집 수명만큼 오래 쓰세요!” 대강 이런 내용이였다.
어린아이의 머릿속에 보일러=청동 이라는 공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로마시대 보일러가 집안에서 쓰는 가정용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

 

                                                              ​*

 

로마의 보일러는 공중목욕탕에서 사용되던 것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공중목욕탕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안에 담긴 프로그램은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럼 그 기능을 받쳐주기 위한 설비는 도대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클루니 목욕탕은 하루에 500명이나 방문한다는데, 그 많은 물을 어떻게 데웠을까?
사우나 같은 칼리다리움은 어느 정도 더운 거지? 물은 어디서 오는 거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저런 문헌들을 요약해 보면, 고온욕실, 온탕 바닥은 모자이크 무늬를 넣은 돌을 깔았고,
바로 그 바닥아래 난방을 위한 길을 만들었다.

불에 견디는 내화벽돌로 기둥을 만들고, 그 위에 ‘온돌’을 설치하였다.

 

온탕, 고온욕실, 냉탕이라는 물의 온도는 아주 단순하게 거리를 이용해서 조절하였다.

불 피우는 가마는 고온욕실 바로 옆에 위치하였다.
가마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는 작은 기둥들을 지나 실 끝으로 이동한다.

사우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칼데리움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이 방은 섭씨 약 37°C이상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물론 당시 온도조절을 잘 하였지만,
로마인들은 뜨거운 바닥에 발이 데이지 않도록 나무로 만든 샌들을 신었다고 한다.  ​

 

바닥만 뜨겁다고 고온욕실이였던 것은 아니다. 벽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굴뚝처럼 비어있었다.
이것은 공기의 성질을 이용했다는 이야기다. 공기는 차가워지면 아래로 내려오고, 더워지면 올라간다.
아래에서 뜨거운 공기를 공급하기만 하면, 벽이 굴뚝처럼 비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뜨거운 열기가 벽을 타고 올라갔다​.

 

1a52523472d1cdcbd567f8fc2d3dcbef_1456820 

 ⓒ 권현정

 

 

가마 위에는 대형 청동 물탱크를 매달아 욕조에 공급할 물을 데웠다.
뜨거운 물은 열탕으로, 열탕에서 식은 물은 온탕으로, 각 실의 거리로 탕의 온도를 조절하였다.
단순한 원리지만, 아주 효과적으로 잘 이용했다. ​

 

그런데 이 기술의 원천은 로마가 아니다.
기원전 100년경 고대 그리스 목욕시설의 난방법으로 고안 된 하이퍼코스트(Hypocaust)라는 방식을 받아들여 발전시켰다.
로마인들은 꽤 쓸만한 발명품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응용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

 


하이퍼코스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온돌’이 생각난다.

온돌과 하이퍼코스트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 원리는 둘 다 비슷하다.
방바닥 밑으로 뜨거운 연기가 지나가고, 그 위의 실내공기를 따뜻하게 되는 바닥 난방 방식이라는 점에서 같다.
그럼 무엇이 다른 것 일까? ​

 

하이퍼코스트와 온돌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 보자면, 온돌은 추운 기후에 꼭 필요한 시설이였다.
지금도 한옥 방의 규모는 작지만, 온돌 초기의 주거는 더 작았다. 추운 기후에 사는 집이고,

방이 작으면, 집을 지을 때, 한 두 집을 구경하고 나면, 그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배우고, 흉내 낼 수도 있었다.
온돌은 우리생활과 밀접했기에, ’기술의 전승’이라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이퍼코스트를 보면, 생겨난 곳은 따뜻한 지중해 기후에 목욕시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목욕시설은 난방이 되는 실의 규모가 크다. ? 물론 부자들은 개인욕실을 가지고 있었다.

- 그런데, 그 목욕탕에는 하이퍼코스트의 기술을 넣은 욕실 외에 수영장,도서관, 상점, 체육관 등등 복잡한 실들이 얽혀있었다.
즉, 그 구조는 전문가가 아니면 한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중목욕탕은 지배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적인 시설이였다.
꼭 필요한 장소가 아닌 곳에, 그 시설과 용도는 많은 건축비용이 있어야 가능했다.

로마가 몰락하면서,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는 그 시설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자끼리도 팔을 드러내지 않은 긴 옷을 입었는데, 벌거벗고 탕에 들어간다니,

중세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시설이였다.

그리고 그 기술을 가졌던 로마인들은 저 멀리 동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중목욕탕 단면 스케치를 보고 있으면, 하이퍼코스트는 비싸고 훌륭한 인상을 주고,

온돌은 지극히 토속적이고 허술한 기술처럼 보인다.

 

*

 

하지만, 그 속을 열어보면 온돌이 열 전달 면에서 한 수 위다.
사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그르노블 건축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중

우연히 대화에 참여한 교수님의 대답 때문이였다.

 

2004년, '도시의 역사'라는 세미나 수업이 있었다.
6개월간의 주제는 ‘파리’였고, 공통적인 것을 배우면서도,

각자 자신만의 주제를 잡아 도시를 보는 것이었다.

평상시 역사를 좋아했기에, 어려울걸 알면서 주제를 잡았다.
로마가 정복한 시기의 파리를 공부하다, 바로 이 공중목욕탕을 만난 것이다. 

목욕탕의 구성과 내용을 보다, 익숙한 단면이 보였다. 하이퍼코스트 단면을 보는 순간,
“이거 온돌이잖아!”라며 무릎을 쳤고, 대충 그린 온돌과 하이퍼코스트 두 개를 그려놓고,

친구들과 짧은 불어로 치열한 대화가 오갔다.

모두들 비슷한 듯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며 갸웃거릴 때,
때마침 까페에 커피를 마시러 오셨던 건축환경 교수님이, 우연히 두 개의 스케치를 보셨고,

지나가는 말로, “열 전달을 생각해봐! 그럼 간단히 비교가 되지!”라는 말에

또 한번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 바보!!’라고 중얼거렸다.

 

둘 다 방바닥 밑으로 뜨거운 공기가 지나간다고 이야기 했다.
열 전달의 핵심은 그 공기가 지나가는 길 ‘고래’에 있다. 온돌은 줄고래 스타일이다.

뜨거운 연기는 고래의 흐름에 따라 물이 흐르듯이 지나간다. 고래가 꺾여있으면 연기도 꺾여진다.
온수파이프의 물이 파이프의 모양 따라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굴뚝으로 마지막 연기가 빠져나간다.

줄고래 방식은 아궁이가 2개가 되든, 늘어나도 하나의 굴뚝이면 충분하다.

 

하이퍼코스트는 허튼고래 스타일이다.
실의 바닥 밑이 전부 트여있는 허튼 고래는 뜨거운 연기가 출구인 굴뚝으로 최단거리를 찾아 빠져나간다.

즉, 가장자리나 구석진 곳에는 연기가 못 간다. 허튼고래 원리상 구석구석 골고루 난방을 할 수 없다.
그럼 로마인들은 이 단점을 알고도 내버려 두었을까? 나는 벽 속의 굴뚝을 보면서, 로마장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구석진 곳에도 뜨거운 연기를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그것도 단순하다. 굴뚝 수를 늘리면 된다.
게다가 로마인들은 그  굴뚝을 벽 안에 둔 것이다. 열의 마지막 순간 짜내어 실내공간을 데우고 내보내는 것이다.

 

1a52523472d1cdcbd567f8fc2d3dcbef_1456821 

 ⓒ 권현정

 

 

결론은?!  두 난방의 원리는 같고, 유사점도 많지만,

발상지의 기후나 난방의 목적, 재료수준, 고래의 타입, 굴뚝 수 등 다른 점이 많다.
두 난방 방식을 보고 있으면, 조금 온돌로 기운다. 한국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하나는 기술의 발전되고 전승되는 그 ‘생명력’에, 또 다른 하나는

온돌의 아궁이는 취사까지 겸했다는 놀라운 발상 때문이다■  글/그림 권현정

 

 

 ....계속

 

 

 

 


​ 

댓글목록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a href="https://custory.com/super/">슈퍼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theking/">더킹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woori/">우리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33casino/">33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gatsby/">개츠비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bacara/">바카라사이트</a>
<a href="https://custory.com/cass/">카지노사이트</a>
<a href="https://custory.com/trump/">트럼프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mcasino/">M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first/">퍼스트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yes/">예스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yescasino/">YES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obama/">오바마카지노</a>
<a href="https://custory.com/">월드카지노</a>

유종님의 댓글

유종

구들을 시공하는 장인으로서 귀한글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